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 돌파를 앞둔 가운데 각 구단 홈구장의 상당수는 장애인석 비중이 전체 관람석의 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장별 장애인석 설치 비율은 최대 30배 차이를 보였고, 일부 구장은 법정 최소 권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프로야구 경기장 장애인석 설치 및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전체 1만6000석 중 280석(1.75%)으로 전체 좌석 대비 장애인석의 설치 비율이 가장 높았다. 1만7000석의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200석(1.18%), 1만7983석의 창원 NC파크는 208석(1.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는 2만500석 중 230석(1.12%)을 장애인석으로 운영 중이다.
수원 KT위즈파크(1만8천700석 중 82석·0.44%)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2만4000석 중 65석·0.27%), 서울 잠실야구장(2만3750석 중 36석·0.15%), 부산 사직야구장(2만3079석 중 28석·0.12%) 등은 장애인석 설치 비율이 1% 미만이었다. 자료에 포함된 포항야구장 역시 전체 1만2120석 중 장애인석은 40석(0.33%)에 불과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경우 전체 2만3000석 중 장애인석이 14석(0.06%)으로 가장 적었다. 장애인석 설치 비율이 고척스카이돔과 비교하면 약 30배 차이가 난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연장·관람장은 전체 좌석의 1%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2000석 이상인 경우에는 장애인석을 최소 20석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운동시설은 장애인석 확보가 권장사항에 그쳐 이를 어겨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 의원은 “구장별 장애인석 설치 비율이 최대 30배까지 차이 나는 것은 구장 운영 주체와 지자체마다 장애인 관람객에 대한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법적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구장은 시설 소유자인 지자체와 운영을 맡은 구단이 협력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한화 이글스가 홈구장 2층 장애인석 중 일부를 특화석으로 변경 운영한 것이 알려져 구단이 공식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 구단은 지난달 19일 사과문에서 “대전시와 적극 협업해 장애인 관람에 불편이 없는 최고의 장애인 관람 친화 구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특화석 변경 운영으로 발생한 매출 이상의 비용을 들여 장애인 배려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정치권과 장애인단체가 지속적으로 장애인의 운동시설 관람 관련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프로야구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장 관리 주체인 각 지자체와 운영 주체인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장애인 관람 편의성 개선을 위해 향후 머리를 맞대는 계기가 마련될 거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