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쌍둥이’로 질병 예측 시대연다”… 디지스트, 3대 미래전략 제시

입력 2025-09-21 12:01
지난 19일 대구 디지스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건우 디지스트 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디지스트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디지스트)이 2031년까지 인체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해 질병에 걸릴 확률을 예측할 수 있는 ‘휴먼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피지컬AI와 초정밀 양자센서 연구에도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디지스트는 지난 19일 대구 디지스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3대 미래전략 분야’ 집중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건우 총장은 “디지스트는 지난 21년간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해 왔으며 이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글로벌 협력 확대, 미래 핵심 기술 고도화, 세계 최고 수준 캠퍼스 구축을 통해 디지스트를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휴먼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는 3단계 세부 개발 계획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휴먼 디지털 트윈은 말 그대로 내 인체의 쌍둥이를 디지털 세상에 만들어 생체현상을 다층적으로 예측·진단·분석하는 기술이다. 휴먼디지털트윈단 소속 이경태 교수는 “우선 2028년까지 멀티모달 센서 개발 및 기반 데이터 확보를 바탕으로 프로토 타입을 제작할 것”이라며 “2단계인 2031년까지는 휴먼 디지털 트윈 AI 모델을 완성해 사업화를 준비한 후 최종적으로 2035년까지 활용 기술을 개발해 신약 임상 연구기간 단축 및 국민건강검진 패러다임의 혁신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해당 기술이 개발되면 기존 의학 기술로 알아채기 어려웠던 미세한 전조증상까지 감지해 미래에 어떤 질병을 가질 확률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노력을 단축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기술”이라며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국가기관 및 국내외 병원과의 협력 확대와 독자적 연구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정밀 의료의 새로운 혁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AI 시장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피지컬AI 분야에서도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피지컬AI 전략추진단장을 맡은 박경준 교수는 “디지스트는 초감각·초연결 AI 기술을 통해 로봇이 인간과 같은 오감을 활용해 물리 세계를 정교하게 인식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며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로봇산업 클러스터, 지능형 자동차 주행시험장 등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피지컬AI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연구 체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스트 반도체 팹 전경. 디지스트 제공

디지스트는 퀀텀센싱 기술로 양자 기술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퀀텀센싱은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기존 센서보다 월등히 높은 민감도·정밀도로 물리량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퀀텀센싱단장을 맡은 유천열 교수는 “디지스트는 올해 2학기부터 양자정보과학 전공을 신설해 전문교수를 확보했으며 나노팹(반도체 생산공장), 극저온 실험실, 펨토초 레이저 등 첨단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양자점 센서, MEMS(미세 전자기계 시스템) 기반 원천기술 확보 및 글로벌 양자 컴퓨팅 전문기업 리게티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스트 팹은 6인치 실리콘 웨이퍼 전 공정을 갖추고 있으며 웨이퍼 단위 소자 제작까지 가능해 연구자·학생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팹과 유사한 수준의 최첨단 장비와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게 디지스트 측 설명이다. 대구시와 디지스트가 협력 구축한 대구형 반도체 팹(D-FAB)이 2028년 완공되면 기존 디지스트 팹에서 연구개발한 소자·센서 등의 시제품·시작품을 8인치 웨이퍼 기반으로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대구=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