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가정 붕괴와 결혼 위기를 치유할 대안으로 ‘안전한 대화법’(Safe Conversation)을 교회 사역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열린 제112회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월례 학술포럼에서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덕수 숭실대 상담심리학 박사는 ‘목회자 부부 치료를 통한 기독교인의 정신건강과 영성 고찰’에서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고 진단하며 건강한 부부관계가 가정과 교회 회복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미국 하빌 헨드릭스가 개발한 ‘이마고 부부 대화법’ 국내 1호 박사로 현재 전 세계 175개국에 보급 중인 안전한 대화법 전문가다. 안전한 대화법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경청·반영·공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화 훈련이다. 그는 “부부가 서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직면하고 대화 속에서 치유할 때 성경이 말하는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창2:24, 엡5:31)의 원리가 현실에서 구현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제 목회자 부부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대화법’ 훈련을 적용한 연구·실습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반복 훈련을 통해 목회자 부부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안전한 대화법 교육을 교회 사역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가정 회복은 물론 전도 사역의 접촉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목회자들의 현실을 강하게 꼬집었다.
“교회 성장이라는 핑계로 심지어 목회자들까지도 교회를 위해서는 가정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고 자랑하듯 보는 시각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부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건강한 교회를 말한다는 것은 가증한 일입니다. 부부관계를 교회 성장의 방해 요인으로 제쳐놓고 오직 예수, 오직 말씀만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입니다.”
김 박사는 “운전 기술이 몸에 익듯 반복 훈련을 통해 내면화하면 부부, 부모·자녀, 교회 공동체 모든 관계의 질이 바뀐다”고 했다. 또 이 사역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존재로 사모를 조명하며 “사모가 안전한 대화법을 익히면 먼저 부부 사이가 회복되고 이후 교회 안 부부 상담으로 이어져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 건강한 교회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논평에 나선 서충원 서울신대 교수는 “해체주의 시대에 ‘유사 인간’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목회자는 단순한 교리 전달을 넘어 공감과 상담학적 지혜로 상처 입은 영혼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청·이해·위로·지지는 신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이라며 교회가 상처 난 가정을 치유하는 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포럼의 문제의식을 정리하며 “인공지능 혁명과 물질문명이 인간의 내면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시대,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도덕적 위기와 가정 해체를 막을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나르시스적 존재가 아니라 공감적 존재”라며 신앙을 통한 정신건강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