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에 얼룩말처럼 줄무늬를 그려 넣으면 파리떼를 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일본 연구팀이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노벨상 발표에 앞서 재미있고 기발한 과학 연구에 수여된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 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18일(현지시간) 제3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열고 10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시상식의 주제는 ‘소화’(digestion)였다.
생물학상을 받은 일본 연구팀은 검은소에 수용성 래커로 흰색 줄무늬를 그려 넣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얼룩말 무늬를 한 소는 다른 소들보다 파리에 물리는 횟수가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방법이 기존 살충제를 대체해 동물 복지와 인간 건강,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고지마 도모키 연구원은 시상식에 얼룩무늬 옷을 입고 등장해 “실험할 때부터 이그노벨상을 꼭 받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료들은 종이 파리 모형을 들고 그를 둘러싸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기발하고 흥미로운 연구들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정 피자에 대한 도마뱀의 선호도를 조사한 연구(영양학상), 술이 외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평화상), 술에 취한 박쥐의 비행 능력을 분석한 연구(항공학상) 등이 주목받았다.
이그노벨상 시상식 진행자이자 AIR 편집자인 마크 에이브럼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위대한 발견은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어 보인다”며 “이그노벨상은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모든 발견을 기념한다”고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