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 그룹 아라시 멤버 겸 배우 니노미야 카즈나리(42)가 신작 ‘8번 출구’로 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아 한국 팬들을 만났다.
카즈나리는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서 “제가 만든 작품이 전 세계로 나가 평가받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부산영화제에서 저의 영화 ‘8번 출구’가 상영돼 한국 관객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8번 출구’는 무한루프의 지하도에 갇혀 8번 출구를 찾아 헤매는 남자(니노미야 카즈나리)가 끝없이 반복되는 통로 속 이상현상을 찾아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50만회를 기록한 게임이 원작이다.
독특한 전개를 보여주는 영화는 칸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어 부산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됐다. 앞서 개봉된 현지 반응은 뜨겁다. 일본에서 지난달 29일 개봉돼 3일 만에 관객 67만1000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 실사영화 오프닝 스코어 1위를 기록했다.
카즈나리는 “출연 배우가 적은 작품이라 저 혼자 이렇게 많은 장면을 연기한 게 처음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저에겐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작들과 달리 시나리오 제작 단계부터 직접 참여했다. 그는 “혼자 끌어가는 장면이 많아 대본만 보면 현장에서 연기할 때 차이가 생길 것 같아 시나리오 작업부터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배경이 제한적인 작품이기에 과장된 연기를 지양하고자 애썼다. 그는 “연기에 연극적인 요소가 개입되거나 리액션이 커지면 관객의 감정선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보다 세밀한 연기를 구상했다. 표정만으로도 관객이 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연기했다. 움직임에서도 강한 표현을 제거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카즈나리는 아라시 멤버로 데뷔하기 전인 1998년부터 연기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푸른 불꽃’(2003) ‘오오쿠’(2010) ‘암살교실’(2015) ‘아사다 가족’(2020) 등의 영화와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카즈나리는 가수 활동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를테면 콘서트장에서 멤버 5명이 흩어져 무대를 채우고자 할 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각자의 위치를 찾아간다”면서 “이렇게 공기와 분위기를 읽으면서 움직임을 취하는 부분이 연기할 때도 적용됐다”고 전했다.
아이돌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던 초기엔 남 모를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는 “출연 제안을 받고 현장에 가서 다른 배우들과 모여 있을 때 내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나 고민될 때가 많았다. 날 부른 이유가 내 연기를 원해서일까, 내 팬층을 유입하기 위해서일까, 혹은 내가 예능에 적합해서일까 혼란스러웠다”며 “지금은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변했다”고 고백했다.
향후 한국 활동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카즈나리는 “이번에 제 작품이 한국에 왔으니 이제 제가 한국에 와야 하지 않겠나. 한국어로 연기하는 작품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또 다른 꿈이 됐다”면서 “아라시 활동 때부터 팬들이 먼저 움직여주셨는데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제는 제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자 한다. 한국의 안방극장에서 뵐 수 있는 작품 제안이 오도록 여러분이 ‘니노미야를 만나고 싶다’고 더 외쳐 달라”며 웃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