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특검법 규정에 따라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강완수)는 19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심리 계획 등을 정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며, 이 전 장관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내란 특검의 이윤제 특검보는 공소 요지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 내란에 가담해 중요임무에 종사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위증까지 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20시30분경 대통령실에 도착해 국회 봉쇄, 민주당사 봉쇄, 언론사 봉쇄 및 단전·단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라는 지시와 문건을 받았다. 특검 측은 계엄이 실제로 선포된 뒤 이 전 장관이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고 보고 있다.
이 특검보는 “피고인은 23시 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통제 상황을 확인했고, 허석곤 소방청장에게도 ‘오전 12시쯤 경찰로부터 언론사 단전 단수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와 같은 사실들에 대해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절차에서 위증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피고인은 계엄에 반대했고 그 뜻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계엄을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계엄을 공모하거나 모의한 사람이 지방에 내려가서 김장 행사를 할 리 없고, 기차표를 세 번씩이나 예매하면서 허둥지둥 올라왔을 리 없다”며 “(비상계엄을) 공모하거나 순차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에 대해서도 “그런 지시를 한 적 없고, 소방청장이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뉘앙스'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다. 헌재에서의 증언 역시 이 전 장관이 기억에 따라 진술한 것인 만큼 위증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7일 첫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매주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신속 재판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변호인 측에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