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계열 기쁜소식선교회(기소선) 소속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합창단장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살인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징역 4년 6개월형에 그쳤던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인정해 합창단장 박모(53)씨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9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모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기소선 설립자 박옥수씨의 딸로 알려져 있다.
함께 기소된 교회 신도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징역 25년과 22년형이 선고됐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 C씨는 집행유예가 취소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아동학대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받았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중대한 범죄로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존엄한 가치”라며 “피고인들은 종교적 믿음을 이유로 피해자를 외부와 단절시키고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살인 고의를 부인했던 1심과 달리 피고인들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반복적으로 결박과 가혹행위를 했고 피해자가 사망할 위험성을 인식했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망 결과를 용인한 것으로 보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행 이후에도 범죄를 은폐하고 증거를 멸하고자 시도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죄책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피해자는 도움을 청할 길 없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중한 처벌로써 그 실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살인의 고의성을 갖고 피해자를 학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동학대치사만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인 김양(17)은 지난해 5월 인천 남동구 기소선 소속 교회에서 생활하다 합창단 숙소에 감금돼 숨졌다. 박씨 등은 김양을 26차례 학대하며 양발을 결박하고, 성경 필사·계단 오르기 등 가혹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음에도 잠을 제대로 재우지 않는 등 방임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선은 국내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