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3월 31일 한국과 일본 사이 상공에서 벌어진 희대의 비행기 납치 사건이 블랙코미디 외피를 두르고 영화화됐다. 스타일리시한 연출 스타일을 보여 온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를 통해서다. 영화는 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거장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변 감독은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가 영화제의 섹션별 성격을 잘 모른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는 얘기를 듣고도 처음엔 ‘그렇구나’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같은 섹션에 초청된 감독들의 면면을 보니 내가 여기 끼면 안 될 거 같아 송구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초청 소감을 밝혔다.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어난 실제 비행기 납치 사건을 다룬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129명을 태우고 출발한 일본항공 여객기(요도호)가 비행 도중 극좌 성향의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북한 평양으로 갈 것을 강요받고 평양처럼 꾸민 김포공항으로 착륙한 사건이다.
변 감독은 “실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창작했다. 실제 사건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지만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날카로움도 있어야 했다”면서 “70년대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현시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승무원과 승객들을 위협해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남한 영공에 진입하자 정체불명의 인물 아무개(설경구)의 설계 아래 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힘을 합쳐 모두를 속이는 기상천외한 구출 작전을 그린다.
설경구는 “다른 배역들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는데 내가 연기한 아무개는 감독님이 창조해 던져놓은 느낌이었다”며 “극에서 빠져나와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대사하는 연극적인 부분도 있다. 과장된 연기 등 감독님이 지휘하는 방향에 맞춰갔다”고 말했다.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하는 독특한 설정을 구상한 이유에 대해 변 감독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와 맞닿아있는 설정이었다”며 “몰입감보다 거리감을 주고자 했다. 관객이 이 소동을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첨언했다.
홍경은 “서고명은 실존 인물을 토대로 했지만 이 영화는 감독님이 상상력으로 풀어내신 픽션이기 때문에 저 역시 감독님이 써놓은 이 젊은이를 표현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급파된 운수정무차관을 연기한 일본 배우 야마다 타카유키도 “사실적인 모습에 다가가기보다는 감독님이 창작하신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변 감독과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 메이커’(2022) ‘길복순’(2023)에 이어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네 작품을 연속으로 하게 돼 오히려 더 고민스러웠다.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하실 거 같았다”면서 “처음엔 변 감독 스타일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후 재미를 많이 느꼈다. ‘굿뉴스’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에서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고 했다.
설경구는 이어 “(변 감독이) ‘불한당’ 때 저를 ‘빳빳하게 펴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해서 어떻게 구길까도 궁금했다. 어떻게든 저를 변화시키려고 애써준 것에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변 감독은 “설경구를 형님으로서 선배님으로서 너무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