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여명이 사는 충북 보은지역의 유일 응급의료기관인 보은한양병원이 전담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직 전공의의 수련병원 복귀 등으로 시골병원 인력난이 극심해지고 있어서다.
18일 이 병원에 따르면 지난 달까지 4명의 전담의사로 응급실을 운영했지만, 이 중 3명이 최근 수련병원에 복귀하거나 근무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했다.
24시간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최소 4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병원 측은 내년 초 입대 예정인 전공의 1명과 다른 병원 의사 3명을 시간제로 고용해 가까스로 응급실을 가동하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여러 차례 모집 공고를 냈지만 연락오는 의사가 한 명도 없다”며 “어렵사리 응급실 문을 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응급실 전담의사 모시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몸값도 치솟아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며 “세후 월급이 150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올라서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료취약지 응급실 인력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의정 갈등을 겪으면서 더욱 심화했다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사직 전공의가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인력난을 겪는 병원 간 ‘웃돈 스카우트’ 경쟁까지 붙으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형국이다.
A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려는 경쟁으로 전담의사 세후 월급이 2000만원 중반까지 치솟았다”며 “경영적인 면에서는 당장 응급실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형편 때문에 응급실을 지키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보은군은 해마다 보은한양병원에 응급의료취약지 지원금 3억원(도비 8000만원 포함)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응급실 운영비 3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옥천군도 내년 2억원의 응급실 운영비를 옥천성모병원에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옥천군 보건소 관계자는 “관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12억원으로 의료장비 구입을 지원했지만, 응급실 운영 적자 보전을 위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30% 이상인 경우를 응급의료취약지로 분류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충주·보은·옥천·영동·진천·괴산·음성·단양 8곳이 해당한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