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하루 만으로도 충분히 길고 치열할 수 있습니다. 복지부 공무원의 오랜 염원을 담은 마지막 호소입니다.”
지난 16일과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야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는 이 같은 내용의 손편지가 전달됐다. 이 편지를 쓴 유현희 국가공무원노조 보건복지부 세종지부장은 20일 국민일보에 “국정감사 전후 한달 동안 밤낮없이 시간을 쏟는 중앙부처에선 연이은 야근에 탈진하는 실무자도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새벽 손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중 이틀에 걸쳐 국감을 받는 곳은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뿐이다. 기재부는 곧 예산처로 분리될 예정이어서 이번 국감에서 사실상 복지부가 유일무이한 셈이다.
유 지부장은 편지에서 “복지부는 기본 업무량이 타부처 대비 배 이상 많다”며 “그러나 본부 정원은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책을 설계하는 현장은 늘 한계 속에 버텨왔다”고 적었다.
이어 “저희의 바램은 크지 않다. 국정 감사를 하루로 줄여주십시오. 충분히 길고 치열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며 “국민의 보건·복지를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본부 공무원들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 전반을 감시·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요체다. 국회는 중앙부처의 현안과 예산·기금 집행 내역, 민원 처리 등을 매의 눈으로 살피고, 정부는 빈틈없는 답변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동안 복지부는 19곳 중앙부처 가운데 모든 부서가 국정감사를 이틀동안 치러야 하는 유일한 부처였다.
복지부 내부에선 실무자들의 피로도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로부터 새벽 2시 전화로 자료를 요구받은 실무자 사연이 지금까지 부처 내에서 오르내린다. 또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린이집에선 늦은 시간까지 맡겨진 아이들이 서로에게 “너희 엄마 아빠도 복지부 공무원이야?”라고 묻는다는 말도 전해진다.
올해 복지부 국정감사 주요 이슈는 지역·필수 의료 위기, 자살 예방, 연금개혁,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으로 거론된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