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파이어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드림에이지가 퍼블리싱하는 신작 배틀로얄 게임 ‘알케론’이 베일을 벗었다. 3명이 한 팀을 이뤄 다른 팀들과 전투를 벌이는, 배틀로얄·MOBA·액션 RPG·슈터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다크 판타지풍 게임이다.
드림에이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GGX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알케론 시연 행사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드림에이지 정우용 대표와 서총동 게임사업2실장, 본파이어 스튜디오 롭 파르도 대표, 제레미 크레이그 디렉터, 민 킴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참석했다.
알케론은 대규모 팀 기반 PvP 게임이다. 3인씩 1팀으로 15개 팀, 총 45인이 과거의 파편으로 지어진 탑을 오르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서사다. 아이템 루팅을 통해 자신만의 빌드를 구성하고 팀 대 팀 전투를 거쳐 최상층에 오르는 게 목적이다. 전투는 논타기팅 기반으로 이뤄져 정교한 손놀림이 요구된다.
제작진은 알케론 한 판에 약 25분이 소요되도록 설계했다. 총 4층 높이의 탑을 오르는데 한 층당 5~8분이 걸린다. 1층에서 45명, 2층에서 21명, 3층에서 12명이 대결하고 최상층인 4층에는 두 팀인 6명만 올라갈 수 있다. 4층 승부에서 이기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파르도 대표는 알케론 개발 초창기에 ‘PUBG: 배틀그라운드’와 ‘디아블로’ ‘다크소울’로부터 영감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들만의 노선을 찾아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아침 플레이테스트를 하고, 곧바로 피드백을 거쳐 오후에 변화를 적용하기를 반복했다. 이런 루틴을 반복해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킴 CSO는 알케론만의 특징으로 ▲탑다운뷰의 아이소메트릭(Isometric·3개의 좌표축을 이용한 투시 도법) 프리 에임 ▲4개의 슬롯을 창의적으로 채울 수 있는 아이템 빌드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참가자 수가 줄어드는 어센셜 로열 전투 모드를 꼽았다.
킴 CSO는 프리 에임이 주는 재미와 독특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프리 에임은 곧 논타기팅 에임을 뜻한다. 알케론에는 망치 같은 근접 무기 외에도 활이나 표창 같은 원거리 무기들이 존재한다. 이런 무기들로 몬스터나 상대 플레이어를 정확히 조준한 뒤 마우스 좌클릭을 해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벽을 비롯한 엄폐물 뒤에 숨은 상대에겐 유효타를 가할 수 없다.
본파이어가 상상하고 구현한 사후 세계관은 디아블로를 연상케 하는 다크 판타지다. 캐릭터도 몬스터도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풍긴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탑은 어둡고 황폐하다. 롭 파르도 대표를 비롯한 본파이어의 주요 개발진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출신이다.
배틀로얄 게임이지만 팀 대 팀 전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MOBA 장르와도 접점이 있다. 몬스터를 잡으며 아이템을 루팅하는 동안은 액션 RPG나 익스트랙션 게임과 결이 비슷하다. 개발진도 한 가지 장르를 표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롭 파르도 대표는 “플레이테스트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경쟁 게임 플레이어들을 초청했다. MOBA 장르는 물론, 슈터 게임이나 격투 게임 마니아들도 환영했다”고 밝혔다.
알케론의 첫 전장인 탑 1층에서는 전투가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2층부터는 전투의 주기가 짧아진다. 참가자가 약 3분의 1로 줄어드는 3층에 올라가면 전투의 연속이다. 1층이 익스트랙션을 가미한 배틀로열 게임이라면 2층부터는 MOBA의 색채가 더 진해진다.
드림에이지 정우용 대표는 알케론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 “게이머로서 알케론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퍼블리싱 계약 체결 전에도 미국 어바인 스튜디오에 여러 번 방문했고 그럴 때마다 알케론을 열심히 플레이했다. 저녁 자리 후에도 킴 CSO에게 ‘알케론 한 판만 더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나를 보면서 내가 알케론과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알케론은 드림에이지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면서 “PvP 게임은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좋은 제품을 공급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하는 장르다. 드림에이지에 새로운 경쟁력과 경험을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파르도 대표는 “여러 퍼블리셔들을 검토했지만 드림에이지가 우리의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케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해하는 파트너가 필요했고, 우리는 회사의 규모보다 열정이 있는 퍼블리셔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파르도 대표는 “얼리 액세스나 출시 일정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출시 일정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지속적인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명확한 날짜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오는 20일부터 22일, 26일부터 2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알파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e스포츠화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파르도 대표는 “항상 e스포츠를 생각하고 있지만 e스포츠를 위해서 게임을 만들지는 않는다.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e스포츠는 경쟁의 장을 원하는 한국의 문화로부터 생겨났다. 알케론도 한국 기업들과 플레이어들이 풀뿌리 e스포츠 대회를 연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