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 등 특정 지역 중심으로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KT 소액결제’ 사건 수사가 중국 국적의 용의자 2명을 체포했지만 미궁으로 빠질 처지에 놓였다.
정작 이 사건을 주도한 주범이 버젓이 중국에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당초 이 사건 주범으로 알려져 있던 중국교포 A씨(48)는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지만,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있는 윗선 B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윗선이라고 밝힌 B씨의 개인정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진술하면서 최근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은 아직 B씨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로, A씨의 진술 및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할 때 진짜 주범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 A씨를 검거한 뒤 수사기관 안팎에서도 A씨가 저지른 범죄 유형, 범행 수법, 피해 규모 등으로 볼 때 상식적으로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관련 전공자도 하기 어려운 첨단 범죄를 통신사 근무 이력은 물론 전화·인터넷의 가입이나 설치 등의 업무 조차 한 적이 없는 A씨가 주도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윗선의 지시를 받은 A씨가 불상의 방법으로 취득한 불법 소형 기지국을 승합차에 실은 채 경기 광명과 서울 금천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A씨가 단순 차량 운전자로 드러난다면 꼬리 격인 A씨를 상대로 얻어낼 수 있는 수사 정보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몸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B씨를 비롯한 주범이나 또 다른 공범 혹은 범죄조직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난항이 예상되고, 이들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신원을 특정한다고 해도 검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아가 A씨의 소액결제 건을 현금화한 혐의로 체포된 중국교포 C씨(44)가 범죄수익을 어디로 빼돌렸는지도 수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인데, 이미 자금 세탁이 이뤄져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관련, 검거한 A씨와 C씨 외에 다른 조력자가 있는지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으로 들어서면서 ‘피해자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나’ ‘수도권을 노린 이유가 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누구 지시를 받은 건가’라는 질문에도 “모른다. 저도 시키는 대로 했다”고 재차 답변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