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25’에 눈길을 끌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 수명이 83.5세로 1970년보다 21.2년 늘어났지만 고령층 자살률은 크게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연령대별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률을 보면 70대 39.0명, 80대 이상 59.4명으로 평균(27.3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최근 정부도 범부처 차원의 기구를 설치해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 역시 국내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배 이상 상회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예고했다.
자살의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첫 손에 꼽힌다. 특히 한국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외로움과 은퇴 후 상실감에서 오는 우울감, 건강 문제, 부부 혹은 자녀 등과의 갈등 및 단절을 꼽고 있다.
문제는 시니어들이 다양한 사유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할 만한 창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가중될 때 운동 등 여가 생활이 활로가 될 수 있지만 고령층 대부분은 유병 질환 등으로 활동성 있는 행위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간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화병(火病)’으로 이어지는 고령층도 적지 않다. 화병은 ‘울화병’의 준말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실제 증상이다. 세계질병분류서적에도 ‘우울과 분노가 억눌려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말 발음 그대로 ‘Hwa-Byung(화병)’이라 기재돼 있다. 화병은 명치 부위가 꽉 막힌 증상이 특징이다. 심할 경우 고열, 두통, 소화불량을 동반하고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마음 속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이 생길 경우 이를 방치하지 말고 전문적 치료를 권한다.
화병으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정신상담 치료를 먼저 생각할 수 있겠으나 보존 치료인 한의통합치료도 관련 증상을 호전시키는 선택지 중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화병 치료를 위해 침, 한약 처방 등을 활용한다. 침 치료는 가슴 정중앙 오목한 부분에 있는 단중혈에 진행되며 화를 내려주고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한다. 여기에 ‘한약 구급약’이라 불리는 우황청심원 처방을 병행하면 뇌 신경 안정에 도움 된다. 국제 학술지 ‘항산화(Antioxidants)’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서도 우황청심원은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다양한 뇌신경 재생 인자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발생되지만 당사자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무관하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평소 돌아보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특히 젊은 세대 대비 은퇴 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는 시니어들의 행복감 케어에 대한 인식 확산도 기대해 본다. 신민식 잠실자생한방병원장
신민식 잠실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