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했던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의 날짜를 2023년 5월 17일로 특정한 배경에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지사는 법무부 실태조사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담됐다”고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7월부터 수원구치소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이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수감 중인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는 가장 마지막에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가 줄곧 관련 주장을 펴온 터라 출정일지, 출정 교도관 등 제3자의 증언기록 등 기초사실을 다진 뒤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법무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북송금 사건 조사 때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연어회·술 파티’가 있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대해 실태조사를 했다며 관련 정황을 공개했다.
이 전 부지사는 조사에서 “5·18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고 알려지는 게 너무 부담되고, 죄스럽기도 하고, 미안했다”며 “그래서 5월 17일이라는 날짜를 제대로 얘기할 수가 없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또 “(법무부 조사를 통해)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5월 17일이 술 파티가 있던 날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술 파티 등을 통해 검사로부터 회유를 당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오래 활동한 정치인으로서 광주 5·18 기념식의 의미와 중요성 탓에 날짜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인 셈이다. 이 전 부지사는 그간 같은 해 6월 18일 등을 술자리가 있던 날로 지목해왔다.
법무부는 6월 18일에 술 파티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정황 증거 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내용과 출정일지, 호송교도관 등 제3자의 진술을 비교 대조한 뒤 5월 17일을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애초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했지만, 재판에서 “검찰의 술자리 회유 등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뒤집었다. 이후 민주당 등이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술자리 회유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이 전 부지사가 제기한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등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수원고법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며 징역 7년8개월을 확정했다. 수원고법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검찰에 출정하는 경우 검찰 외부인이라고 볼 수 있는 교도관들이 다수 동행하고, 영상녹화실은 큰 창이 설치돼 외부에서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구조”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일이 실제 있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판단했다. 또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연령, 학력 등을 고려할 때 연어 및 술 등이 제공됐다고 해 피고인의 진술이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당시 수사·기소를 맡았던 서현욱 부산고검 창원지부(전 수원지검) 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3년 5월 17일 이화영 측 변호인이 입회한 사실이 확인됐고, 변호인은 일시를 불문하고 술 먹는 장면이 없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법무부의 특별점검이 외부로 유출됐다며 대검 감찰부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술자리 회유 의혹의 당사자 박상용 검사도 전날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