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 기초·광역의회가 임기말에 줄줄이 ‘국외연수’를 추진하면서 세금낭비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내년 6월 초 지방선거까지 임기가 9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현직 의원들이 내년에 다시 당선돼 업무를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 의회 운영 등을 배운다는 국외출장 목표가 성과를 거둘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관광일정까지 은근슬쩍 끼워넣자 경남 고성군 시민단체인 고성희망연대가 17일 삭발식까지 하는 등 국외연수 취소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고성군의회는 의원 10명과 의회 직원 6명은 오는 20~25일까지 대만·홍콩·마카오 출장을 떠날 계획이다. 선진 의회 운영체계를 배우고 국제 스포츠마케팅 교류 협약을 통한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등이 목적으로 밝혔다.
총 출장경비 총 3800만원으로 타이베이시의회·타이베이 베이터우 공공도서관 등 기관 방문 일정도 일부 있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용산사·단수이, 마카오 성바울 성당 등 유명 관광지 일정도 다수 포함됐다.
고성희망연대는 17일 군의회에 출장 취소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열었고, 앞서 군의회 앞에서 집회를 연이어 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도 접수했다.
창원시의회 의원 45명 중 43명도 4개 상임위원회 별로 17일부터 일제히 국외출장길에 올랐다. 기획행정위원회(17∼24일 영국), 문화환경도시위원회(17∼24일 프랑스), 산업경제복지위원회(21∼26일 일본), 건설해양농림위원회(17∼24일 호주)별로 진행됐다.
창원시는 시장 부재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액화수소플랜트 문제 등 최근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창원시의회의 이번 일정에는 총 2억1416만원 상당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졸업여행’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경남도의회 상임위 4곳(기획행정·경제환경·건설소방·농해양수산위)이 계획한 국외연수 비공식 일정에도 관광지 방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외유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26일 호주를 방문하는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는 비공식 일정으로 타롱가동물원과 오페라하우스 등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경남 도내에서 진주시의회가 일본, 거제시의회가 호주로 임기 말 국외연수를 계획 중이며, 사천시의회가 이달 초 중국 상하이 국외연수에 이어 오는 11월 베트남 국외연수를, 김해·통영시의회도 국외연수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시의회, 남해·함양·함안·창녕군의회 등도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창원=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