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을 이겨낸 50대 남성이 삶의 마지막 길에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21일 부산대병원에서 윤기명(55)씨가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하고 삶을 마감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기증원에 따르면 윤씨는 같은 달 2일 출근길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윤씨 가족들은 평소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던 고인의 성품과 장기기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감안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윤씨는 2018년 피부암인 흑색종을 진단받아 5년 동안 투병을 했다고 하네요.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삶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고, 다른 사람의 고통도 잘 이해했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윤씨는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에서 야구부 활동을 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루진 못했다고 합니다.
윤씨는 졸업 후 한전KPS에 입사해 34년을 근무했고, 가정에선 자상한 남편이자 늘 따뜻한 아버지였다고 가족들은 전했습니다.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했던 사랑을 아들에게 쏟기 위해 항상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아내 전영신씨는 긴 결혼 생활 동안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남편으로 고인을 기억했습니다.
전씨는 “내가 딸 같이 장난 많이 치고 그랬는데 다 받아주고 늘 사랑으로 이해해줘서 고마웠어. 다음 생에는 오빠가 내 아내로 태어나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많이 사랑해”라며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