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사건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여야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여권을 향해 “저열하고 파렴치한 정치 공작”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7일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비상계엄 때도 서부지검 폭동 때도 무겁게만 닫혀있던 대법원장의 입이 오늘은 이렇게 가볍게 열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가와 법원의 존망이 달린 일에는 침묵하던 대법원장이 개인의 일에는 이렇게 쉽게 입을 여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분출하는 것은 조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 같은 극히 일부의 잘못된 판사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의 변명이 사실인지 법사위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만약 거짓이 밝혀진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강력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반면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사실무근의 ‘한덕수 회동설’을 날조하고 존재하지도 않은 발언을 꾸며내 대법원장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사법부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헌법이 보장한 불가침의 가치이고 이를 흔드는 날조와 선동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국가적 범죄”라며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무도한 정치 공세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 후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며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 대통령의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