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편견 뚫어낸 성진학교… 개교까지는 첩첩산중

입력 2025-09-18 05:00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이 8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연 '성진학교 설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 반대와 편견의 벽을 뚫고 설립이 확정된 ‘성진학교’가 첫 발을 뗐지만 실제 개교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오랜 호소가 결실을 맺었지만 교원 확보와 관련 예산 편성, 설립 과정에서 주민 협조 등이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인 성진학교는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에서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설립이 공식화됐다. 성진학교는 서울 성동구 옛 성수공고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 22학급 136명 규모로 2029년 3월 문을 열 계획이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 왕복 2~3시간 통학을 감수해야 하는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로 속도가 늦어졌다. “성동구가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며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님비 현상’은 큰 장벽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학부모들은 4년 후 예정된 시기에 성진학교가 정식으로 개교할 수 있을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와 중랑구 동진학교 사례처럼 주민 반대와 정치적 개입, 교원 수급 등 문제로 추진이 늦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현재 특수학교 32개교가 있지만 금천·동대문·성동 등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특수학교 학생 4270명 중 354명(8.3%)은 편도 1시간 이상 원정 통학을 하는 형편이다. 올해 특수교육 대상자는 12만735명으로 역대 최다지만, 특수교사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4.24명으로 법정 기준(4명)을 넘어섰다.


성진학교 개교를 위해선 57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예산 확보 등 절차를 지체 없이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서울시의회 의장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성진학교 설계 예산을 포함해 의회에 제출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학교 설계 공모를 거쳐 내년 10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절차가 늦어지는 게 아닌지 예산 심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근 주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지역시설을 짓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성수공고 터 중 약 60%는 성진학교로 확정됐지만, 나머지 40%는 일반학교 건립이나 인공지능(AI) 직업교육원 등 주민 요구가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7일 “주민 대표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다양한 요구를 듣고 있다”며 “일반학교의 학생 수요가 적을 수 있어 타당성 용역을 거쳐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서구 서진학교는 강서도서관을, 마포구 한국우진학교는 수영장을 주민 상생 시설로 운영 중이다.

정순경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는 “장애인식 개선은 교육 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노출이 많아져야 가능하다”며 “주민들과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특수학교의 지역 상생 선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