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흡사한 매운 비빔면을 생산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했지만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모방하고 싶은 이율배반적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사회·문화를 연구하는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북한에서 생산된 ‘매운 김치맛 비빔국수’를 공개했다. 이 라면은 국내 제조기업 삼양식품이 만드는 불닭볶음면과 표지가 매우 흡사하다. 불닭볶음면의 표지는 검은색 바탕에 ‘호치’라는 닭을 모티브로한 캐릭터가 불을 뿜고 있는데, 북한의 매운 김치맛 비빔국수도 검은색 바탕 표지에 호치와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의 입에서 불이 나오는 그림이 담겨있다.
표지 뒷면의 제조방법도 불닭볶음면과 비슷하다. 매운 김치맛 비빔국수 표지 뒤에는 ‘끓는 물 500㎖에 국수를 넣고 4분 정도 끓인 후 국수를 건져 물기를 뺀 다음 양념감을 각각 넣고 버무려준다’는 제조방법이 적혀있는데, ‘끓는 물 600㎖에 면을 넣고 끓이다가 물을 8스푼만 남기고 버린 후 액상 수프와 각종 재료를 넣고 비벼 먹는다’는 불닭볶음면의 조리방법과 유사하다.
강 교수는 북한이 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는 ‘라선령선합영회사’인데, 이 회사에서 만든 다른 제품에는 원산지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원산지 표시와 생산공장중국등록번호가 돼 있기에 중국 수출용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2023년 12월부터 남한을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문화·예술·식품 등에 있어선 남한을 지속해서 모방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인생네컷 사진관이나 아이돌 가수의 노래, 문화 등을 모방한 것에 이어 수출 신화를 쓰고 있는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라면을 만든 것이다. 강 교수는 통화에서 “남한을 적대적 국가, 불변의 주적이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구조 속에서 남한의 제품을 베끼는 모습은 정말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