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절벽 뚫고 글로벌 점유율 높이는 K조선… “돈 되는 선박 중심”

입력 2025-09-17 18:47 수정 2025-09-17 21:04

글로벌 발주 절벽 속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가치 선박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수익이 보장되는 ‘알짜’ 수주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세계 10대 해운사 중 하나인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1만588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 7척을 수주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주액은 14억 달러(약 1조9336억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암모니아 레디 사양으로 설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암모니아 레디는 엔진이나 연료공급 시스템 등에 암모니아 연료 대응에 필요한 사양이나 내구성 등을 미리 선박에 적용해 향후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1.0바(1바는 1㎡ 면적에 약 10톤의 무게가 누르는 힘)를 견딜 수 있는 LNG 연료탱크가 적용된다. 기존 0.7바 대비 압력을 높여 LNG 가스를 더 오랫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양밍해운과의 첫 계약은 한화오션의 차별화된 친환경 기술력과 설계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K조선은 글로벌 선박 수주량이 크게 급감한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1~8월 전 세계 선박 누계 수주는 3448만CGT(여러 종류의 선박 무게를 환산해 만든 표준값)로 전년 동기 4014만CGT 대비 14%나 감소했다. 최근 5년 내 8월 누적 발주량 기준 최저치다.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이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양밍해운 차이 펑밍 회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양사 관계자들이 최근 대만에서 계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은 15.2%에 그쳤지만, 올해 1~8월 합산기준 21.8%로 6.6%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70.3%에서 57.5%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선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경력을 쌓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5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 2곳과 LNG운반선 4척, LNG운반선 2척을 계약하는 등 2조1000억원을 수주한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8일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아시아 소재 선사와 컨테이너 운반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대중 조선·해운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 조선사에 대한 인기가 더욱 높아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앞서는 데다 대중 제재로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최대 4조원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선 가운데 그 수주전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