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건희 특검과 김 전 검사 측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의 구매 경위와 진품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양측은 김 전 검사의 ‘취향 높으신 분’ ‘여사님 취향’ 발언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김 전 검사 측은 김 전 검사가 그림 구매 당시 했던 발언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2023년 그림을 구매할 당시 언급한 ‘취향 높으신 분’ 발언을 두고 김 전 검사가 김 여사 선물용으로 그림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게 그림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에둘러 표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검사 측은 “실구매자인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의 신원을 보호하고 그의 까다로운 안목과 투자 목적을 판매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완곡한 표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 측은 김 전 검사의 ‘여사님 취향’ 발언을 두고도 엇갈린 주장을 했다. 특검은 이 발언을 그림과 김 여사와의 뚜렷한 연결고리로 파악한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을 잘못 사면 미술전문가인 동생 김 여사에게 질책을 받을 것을 우려한 김진우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며 “김 여사의 취향을 충분히 고려한 작품을 구매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박서보, 전영근 화백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사람은 이 화백과 함께 현대미술계 거장으로 꼽힌다. 김 전 검사 측은 이와 무관하게 김 여사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위작이 많아 나라면 사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근거로 들며 김 여사에게 이 화백의 그림을 전달할 동기 자체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검사가 그림을 구매하며 비밀을 요청한 점 또한 쟁점이 됐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그림 구매를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판매상에게 비밀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검사 측은 “김진우 대표 측에서 우리 쪽에서 그림을 산다는 소문이 나면 가격이 두세배 뛴다며 신분 노출 없이 거래해줄 것을 신신당부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공천을 받거나 공직 인사를 보장받을 목적으로 2023년 초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1억4000만원에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 여사가 이 그림을 받은 대가로 지난해 총선에서 김 전 검사의 공천을 지원하고, 공천 탈락 뒤엔 국정원에 자리를 만들어줬다는 주장이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선거용 차량 리스 보증금 수천만원을 코인업자 지인에게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친분이 있던 김씨를 위해 그림을 대신 사줬을 뿐이고, 그림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공천이나 국정원 인사의 경우 김 여사에게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검사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대납받은 선거용 리스 차량 비용은 15일 만에 모두 갚았고 사실상 8만5000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전 검사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한화갑 전 의원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전 의원과 김 총리가 과거 7억여원의 정치자금을 각각 수수하고 집행유예와 벌금 6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판례를 설명하면서 이에 비해 범죄 중대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성영 신지호 박재현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