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를 증언한 책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가 출간됐다.
한울회사건 피해자 재심촉구 위원회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44년 전 당시 상황을 기록한 피해자 14명의 증언을 공개했다.
‘한울회 사건’은 1981년 3월 전두환 군사정권 시기 기독교 신앙 공동체 ‘한울모임’에 속해있는 청년과 학생 20여명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강압 수사와 고문이 있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여섯 명이 6개월에서 길게는 30개월까지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당국은 한울모임을 반국가단체 한울회로 규정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년 전 이 사건을 국가폭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으로 판단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심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 중이다.
피해자 6인 중 한 명인 박재순(75) 목사는 “검찰과 사법부가 국가폭력의 문제를 끌어안지 않는다면, 진정한 민주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연행됐던 장수명(65) 전 한국교원대 교수는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장 교수는 “그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은 우리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끌고갔다”며 “차가운 공기와 주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둘러싸여 ‘빨갱이가 아니냐’ ‘다른 이들의 이름을 대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한울회 사건 피해자인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와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한울회 사건을 회고하면서 민주화 과정은 완성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며 “오늘은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기독교인들이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맹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