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만 50세 이상 직원과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대폭 확대해 실시한다. 글로벌 가전 시장이 위축되며 실적 악화가 예상되자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휴 인건비는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인력 채용에 일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LG전자에 따르면 50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전 부문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달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LG전자는 최대 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2년치 자녀 학자금을 제시하며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LG전자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열악한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 컨센서스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3조4197억원)와 비교하면 20% 이상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셈이다. 여기에 하이센스 등 중국 중저가 가전 업체의 공세가 해마다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실적 반등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인력 선순환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국내 정규직 직원 가운데 50세 이상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대비 22% 이상 늘었다. 7025명이 50세 이상이다.
LG전자는 또 철저하게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희망퇴직 대상에 올리며, 인력 운영상 필요가 있을 경우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의 절반을 할애해 창업·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는 ‘브라보마이라이프’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동시에 하반기 신입사원 집중 채용을 통해 소프트웨어·로봇·소재·연구개발(R&D) 등 분야에서 인재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