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권 기반 글로벌 보건 허브 도약 나선다”

입력 2025-09-18 03:00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장면.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미지의 질병 X(Disease X)’라는 이름으로 정체 불명의 글로벌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과 치료제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 국가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를 여실히 보여줬고 백신은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국가 안보 자산이자 국제 사회가 공유해야 할 공공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도 백신 주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보건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 전략 강화에 나섰다.
우선 자체 개발 백신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과 동시에 미래 플랫폼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국내 최초로 신약 등재에 성공하며 한국을 미국·영국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자체 개발한 세계 세 번째 국가로 올려놨다. 이는 단순한 제품 성과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자립적 방어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가 보건 안보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 개발에서는 미래 팬데믹 대비를 위한 플랫폼 중심 전략이 뚜렷하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일본뇌염 mRNA 백신 후보(GBP560) 임상을 진행하며 독자적 mRNA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또 세포 배양 기반 조류 독감 백신 개발을 통해 인수공통감염병 대응력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GBP410)은 유·소아 대상 임상 3상에 진입해 차세대 글로벌 스탠더드로 주목받고 있다. 또 성인용 고다가 백신(21가 보다 예방 범위가 넓은 백신) 개발까지 병행하면서 시장 성장세에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10년 내 약 190억 달러(2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인프라 고도화 역시 필연적인 과제로 추진된다. 안동 L HOUSE는 증축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백신 전용 생산 기지로 발전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수 의약품 품질 관리 기준(cGMP) 인증 획득을 추진해 상업화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를 통해 유럽 현지 생산 역량도 확보했다.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상업화에 진입할수록 안정적이고 확장성 있는 생산 체계는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 보건 안보에도 직결된다.

국제 협력 역시 한층 넓어지고 있다. 2013년부터 게이츠 재단과 장티푸스,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으로 신뢰 관계를 이어왔으며 최근 빌 게이츠 방한 당시 차세대 백신 협력 논의로 이를 확대했다. 이는 저개발국 백신 접근성 확대와 국제 보건 격차 해소라는 글로벌 어젠다와 맞닿아 있다.
회사 관계자는 18일 “궁극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략은 ‘신속한 개발, 확장 가능한 생산, 안정적 공급망, 국제적 연대’로 요약된다”면서 “이는 단순한 기업 성장 전략을 넘어 국가 보건 안보를 뒷받침하고 글로벌 감염병 대응 체계 강화에 기여하는 투자”라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