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장치(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10대 청소년의 자전거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픽시 자전거 위험 운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가장 중요한 브레이크 장착 의무가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대가 일으킨 자전거 운전 교통사고는 1480건으로 집계돼 전년(976건) 대비 51.6%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 증가율이 8%인 것과 차이가 난다. 지난해 10대 자전거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1672명이다.
전년보다 사망자는 1명, 부상자는 584명 늘었다. 경찰은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사고 건수가 유독 늘어난 배경에 브레이크 없는 픽시의 유행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수용 자전거로 주로 사용되는 픽시는 브레이크가 없을 시 제동 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5.5배(시속 10㎞ 기준) 길다. 시중 판매되는 픽시는 보통 브레이크가 달려 나오지만, ‘스키딩’(인위적으로 미끄러지듯이 급제동하는 기술)을 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운전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난 17일부터 브레이크를 뗀 픽시 자전거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전국 경찰서 157곳이 픽시 출몰 지역 200여곳에서 운전자를 계도·단속한다.
당초 브레이크를 제거한 픽시는 관련 법이 정하는 자전거의 구조를 갖추지 않아 단속의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자전거법)에 따르면 자전거는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가 둘 이상인 차’로 규정된다.
엄밀히 말하면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는 자전거라는 단어가 붙을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가 잇따르자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는 차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동장치의 정확한 조작·운전과 함께 위험 운전 금지를 규율한 도로교통법 제48조 1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자전거 브레이크 장착 관련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자전거의 브레이크 등 안전장치 제거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자전거법은 1995년 제정됐는데, 이후 픽시 등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 문화가 등장하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앞브레이크만 달아도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자전거 판매점 사장 A씨는 “앞 브레이크만 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뒷바퀴는 페달로 직접 조종하면 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자전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앞브(레이크)만 달아도 픽시 단속 안 당하니 재밌게 타라”는 식의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이우혁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는 “앞 브레이크만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멈추면 뒷바퀴 제동을 위한 페달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할 수 있다”며 “두 바퀴를 한번에 잡으면서 안정적으로 제동을 할 수 있도록 앞뒤 브레이크 모두 장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임의로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