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아버지인 닐 길슨(39)은 영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였다. 한때 1500m 자유형 부문에서 영국 랭킹 2위에 오를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홀로 스위스의 호수를 헤엄치고 있다. 그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선 것일까?
영국 일간 더가디언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호수 10곳, 총 370㎞에 달하는 거리를 수영으로 건너는 닐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도전에 나선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닐은 아들 잭이 생후 18개월쯤 됐을 때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틱장애나 강박 등의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의사는 잭에게 판다스 증후군(PANDA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판다스 증후군은 소아 연쇄상구균에 의한 자가 면역적 신경정신병이다. 닐은 “수많은 의사를 만나봤으나 소용이 없어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고 회상했다.
잭은 현재 아홉 살이다. 다행히 항생제 치료를 시작한 후 잭의 증세는 극적으로 호전됐다. 현재 잭은 일상생활엔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지만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닐이 스위스의 호수에 뛰어든 까닭은 아들 잭이 겪었던 병을 세상에 알리고,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지난해 7월 이뤄졌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있는 레만호를 72㎞ 헤엄쳐 횡단했다. 2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팔과 다리를 휘저었고, 결국 38년 만에 세계 기록도 경신했다.
이 도전은 단순한 기록 경신에 그치지 않았다. 모금 활동을 통해 약 1만8000파운드(약 3400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이는 판다스 증후군 환아와 가족을 돕는 단체인 ‘판스, 판다스 UK’에 전달됐다.
닐은 올해 6월 ‘호수의 전설’ 챌린지를 시작했다. 총 2년에 걸쳐 스위스의 10대 호수를 모두 건너는 대장정이다. 그는 이미 루가노(29㎞)·콘스탄스(63㎞)를 정복했다. 앞으로 남은 8개의 호수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챌린지를 통한 모금 활동도 계속돼 현재까지 약 2343파운드(약 441만원)를의 기부금이 모였다.
닐은 “항상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족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며 “아들을 생각하며 같은 고통을 받는 이들을 도울 생각을 하면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