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건너 제주 온 중국 고무보트… 전말은 이랬다

입력 2025-09-17 11:52 수정 2025-09-17 13:24
지난 8일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들의 행적. 제주해경청 제공

지난 8일 고무보트를 타고 중국에서 제주로 들어온 중국인 6명은 3개월간 치밀하게 밀입국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타고 온 고무보트는 해경의 레이더망에 감지되지 못했고, 이들은 440㎞의 거리를 시속 24㎞로 운항해 17시간 만에 제주 해안에 도착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을 전원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30대 피의자 A씨는 지난 5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께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본 피의자 5명이 순차적으로 연락을 취해오면서 총 6명이 제주 밀입국을 준비했다.

모집책인 A씨는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 5명으로부터 1인당 한화 400만원씩을 각출해 총 2000만원을 마련했다. 이들은 9월 6일 1800만원으로 고무보트를 구입하고, 나머지 돈으로 연료와 식량을 샀다.

이들은 중국시간으로 7일 오후 12시19분 난퉁시 해안에서 출항해 한국시간 8일 오전 6시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직후 택시를 이용해 제주 전역으로 흩어졌으며, 해경은 육경과 공조를 통해 8일부터 11일까지 이들을 전원 검거했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제주 해안에 들어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어선을 이용하려 했지만 단속 우려와 비용 문제로 고무보트를 선택했다. 고무보트에 항로 안내를 위한 GPS 플로터를 장착하고, 제주 해안 20㎞ 지점에 도달한 후에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플로터 장비 전원을 차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의자들은 모두 제주에서 5~7년 가량 체류하며 감귤 선과장, 양식장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제주에서 강제출국됐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재입국이 불가능해지자 밀입국을 시도했다.

이들이 출발한 난퉁시는 모집책 A씨의 고향으로 확인됐다. 항로 설정은 A씨가 직접 했고, 용수리 일대를 선택한 것은 항로가 짧고 주변에 집이 적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제주에서 이들의 이동과 은신을 도운 조력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중국인 조력자 2명과 운반·알선책 2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단순 조력자는 출입국관리청으로 인계해 강제 추방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들이 바다를 건너 제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해경이나 군 등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 해안에는 열영상감시장비(TOD) 40여대가 24시간 가동 중이고, 당시 제주 해안에 대형 경비함정 2척이 해안 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17일 브리핑에서 “제주해양경찰청의 해안경비 관할 면적은 총 9만2872㎢로 우리나라 바다의 26% 면적에 달한다”며 “인력과 장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고무보트를 이용한 중국발 제주 밀입국의 첫 사례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56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미상의 고무보트가 있다는 신고가 제주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고무보트에 사람이 없는 상태로 기름통 12개와 낚시대 2정, 구명조끼 6벌, 우의, 중국어가 적힌 빵 등이 남아 있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