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을 대법원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의혹을 재차 꺼내 들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자 특검 수사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제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거론하며 “내란 특검은 이 제기된 충격적인 의혹에 대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뒤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이 만났다는 제보를 언급하며 “이 모임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라고 했다고 한다”며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법원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봇물 터지듯 빗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과 정치 개입은 즉각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초로 제기했던 내용이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였던 4월 초·중순에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최은순의 집사로 알려진 인물)씨와 점심 회동을 했고,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 대법원이 알아서 처리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제보 출처에 대해 “과거 정권에 민정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아주 신뢰할 만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재명 건이 대법에 올라오면 대선에 못 가게 해결하겠다고 하는 제보를 당시 여권의 고위직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4개월이 흐르는 사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서 추가로 드러난 내용은 없었다. 당시 녹취록이 재생된 법사위의 위원장은 정 대표였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국 비대위원장은 “조국혁신당은 조희대 없는 대법원, 지귀연 없는 재판부를 만들겠다”며 “조국혁신당은 이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대한 특검 도입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다만 한 전 총리, 정 전 검찰총장은 조 대법원장과의 회동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한 전 총리는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총장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일면식도 없다. 김충식도 모른다”며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제주=한웅희 기자, 김판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