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건설사 중대재해 처벌 없어” 직후…대검 “신속수사” 지시

입력 2025-09-17 10:19

대검찰청이 전국청에 “중대재해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대형 건설사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이 1건도 없다”고 발언하자 후속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수사 기능이 분리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전날 ‘산업재해 관련 사건 엄정 대응 지시 관련’ 이란 제목의 지시 사항을 전국 청에 전파했다. 대검은 산업재해 사건 발생 즉시 전담검사를 지정하고, 필요시 전담검사가 ‘직접 현장 확인 및 현장감식’ 등에 직접 참여해 사고원인을 명백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검사가 이전보다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검은 기존의 중대재해 사건이 수사 중복 등의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경향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동일사고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수사(경찰)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안전보건법위반 수사(노동청)가 불필요한 중복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담검사가 수사기관 간 협의회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대검은 검찰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게 적극 지시를 내릴 것을 강조했다. 현재 산업재해·임금체불 등의 사건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다. 산림·식품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특사경 역시 입건부터 송치까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중대재해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검찰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특사경에 대한 지휘를 적극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검의 이 같은 지시는 현재의 검찰개혁에 대한 상황도 반영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공소청 검사는 기소 여부만 판단한다.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검찰에 남길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한 간부급 검사는 “대통령도 중대재해 사건을 중시하고, 검찰의 전문영역이기도 한 만큼 특사경에 대한 신속한 지휘를 통해 향후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로도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며 “반복적인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정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검은 공판단계에서도 양형기준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대검은 사고 원인에 대한 개선 여부, 안전시스템 구축 여부 등도 면밀히 확인해 안전을 도외시한 이익 우선의 경영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경우 양형에 가중요소로 적극 반영할 것을 강조했다. 또 동일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안 등 중대한 의무 위반 사안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징역 2년 이상의 실형을 구형할 것을 지시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