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보수주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에 대해 16일(현지시간) 미국 검찰이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은 사건 전후 친구·가족과 나눈 대화에서 “커크가 증오를 퍼트린다”며 그를 제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타 카운티 검찰은 이날 로빈슨을 ‘가중살인'(aggravated murder)’ 등 7가지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 제프 그레이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사형 구형 의향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며 검사로서 입수 가능한 증거와 사건 경위, 범죄의 성격만을 근거로 독립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아쇠와 소총의 다른 부품, 여러 탄피에서 피고인과 일치하는 DNA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레이 검사는 “집에서 부모와 대화하던 중 로빈슨은 자신이 커크를 쏜 것을 암시하며 ‘감옥에 갈 수 없다’ ‘그냥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 등에 따르면 로빈슨은 범행 동기에 대해 질문받자 “세상에 악이 너무 많고, 그 남자(커크)가 증오를 너무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사건 직후 룸메이트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그(커크)의 증오에 질렸다”고 말했다. 그는 커크에 대한 공격을 며칠 전부터 계획했다고도 진술했다. 총격 사건 당일에도 룸메이트에게 자신이 키보드 밑에 남긴 메모를 찾아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메모에는 “커크를 제거할 기회가 생겼고, 나는 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룸메이트는 “네가 그런 게 아니지?”라고 물었고, 로빈슨은 “내가 했다. 미안”이라고 답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 4개에도 ‘밈(인터넷 유행어)’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로빈슨은 이날 사건 이후 처음으로 화상으로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로빈슨이 참여했던 온라인 게임 메신저 ‘디스코드’의 그룹채팅방에 있었던 모든 인원을 수사 중이라며 이 규모는 20명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로빈슨이 디스코드 그룹채팅방에서 “어제 유타밸리대에서 (있었던 일은) 나야. 모두 미안”이라며 범행을 자백하는듯한 글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