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높이뛰기 세계랭킹 2위의 ‘스마일 점퍼’ 우상혁(용인시청)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우상혁은 16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 유진 대회에서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우상혁은 3년 만에 금빛 점프에 도전했다. 하지만 한 수 위 기량을 보여준 2024 파리올림픽 챔피언 해미시 커(뉴질랜드)의 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결선엔 13명이 나섰다. 2m20과 2m24를 1차 시기에 가뿐히 성공한 우상혁은 2m28과 2m31을 연달아 2차 시기에 넘었다. 우상혁은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인 2m34를 3차 시기에 극적으로 넘어 같은 높이를 뛴 커와 맞대결에 돌입했다.
우상혁은 2m36을 1차 시기에 실패했다. 커가 첫 점프에 2m36을 넘자 우상혁은 바 높이를 2m38로 높여 역전을 노렸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 육상은 1983년 초대 헬싱키 대회 때부터 세계선수권에 선수들을 파견했지만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이는 없었다. 이전까지 입상자는 2022년 은메달을 딴 우상혁, 2011년 대구 대회 20㎞ 경보 동메달의 김현섭이 전부였다. 우상혁은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2개를 딴 최초의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올림픽 입상 실패의 아쉬움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 우상혁은 심기일전했던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2m27로 7위에 그치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번 세계선수권 전까지 출전한 7차례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우승을 일궈내며 설움을 날렸다. 지난 2월 시즌 처음 나선 체코 실내대회(2m31)를 시작으로 3월 난징 세계실내선수권(2m31),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2m29), 7월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2m34) 등을 차례로 제패하며 정상급 기량을 입증했다.
한편 ‘인간 새’ 아먼드 듀플랜티스(스웨덴)는 전날 개인 통산 14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듀플랜티스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30으로 높인 바를 3차 시기 만에 넘어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