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재명정부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금감원도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에 이어 이 원장까지 유사한 견해를 내비치면서 금융 당국의 개편 작업은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의 수개월간의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 발표된 사안”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법 지원 전담반(TF)을 가동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 위원장이 금융위 직원들에게 전달한 내부 메시지와도 유사한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공식 취임사에서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별도의 편지를 통해 “공직자로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따르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자 의무”라면서 수용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분리하고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골자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은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김병기 원내대표 대표발의 형태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등을 대거 발의했다. 여기에 양대 금융 당국 수장이 비슷한 수용 입장을 내비치면서 조직 분리 작업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당사자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거세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찬진 원장은 국민은 뒷전으로 하고 윗선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비판했다. 금융위에서는 사무관급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오픈채팅방을 통해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