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생체실험 고발’ 中영화 ‘731’ 18일 개봉…주중 일본인 ‘초비상’

입력 2025-09-16 15:23
9월 18일 개봉하는 중국 영화 '731'의 예고편 장면. 웨이보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만행을 고발한 중국 영화 ‘731’이 18일 개봉한다. 9월 18일은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조작한 만주사변(9·18사변) 발발 94주년이다. 중국 주재 일본 공관들은 일본 교민들에게 주의령을 내렸다. 중국 내 일본인학교들은 휴교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등에 따르면 영화 ‘731’이 18일 중국 전역과 호주·뉴질랜드에서 개봉한다. 19일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개봉하고 11월 한국 개봉도 추진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개봉할 계획이다. 올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중국에선 ‘난징사진관’ 등 일본의 중국 침략을 다룬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자오린산 감독이 연출하고 장우, 왕즈원, 리나이원, 쑨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중국 동북지역에서 자행한 생체 실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731부대의 만행으로 수천 명의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이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행상 왕융장 등 무고한 민간인들이 731부대로 유인·구금돼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각성, 저항정신 등을 담았다.
9월 18일 개봉하는 중국 영화 '731'의 포스터. 바이두

이 영화 제작에는 12년이 걸렸다. 자오 감독 등 제작진은 하얼빈과 일본 등지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생존자 후손들을 인터뷰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기밀 해제된 8000쪽 분량의 당시 기록과 423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를 검증했다. 자오 감독은 2021년 봄 대본을 완성한 뒤 2022년 가을부터 정식 촬영을 시작했다. 731부대에서 자행된 페스트 실험, 벼룩 실험, 냉동 실험, 생체 해부, 인체 표본 제작 등을 고증을 거쳐 생생하게 재현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14일 소셜미이더 엑스에 ‘731’ 포스터를 올리고 18일 개봉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 “일본이 731부대의 만행을 눈감아도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인과 아시아인에게 가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반성하지 않고 전쟁을 계속한다면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는 네티즌의 반응을 전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 교민들은 비상이다.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한 장쑤성 쑤저우에선 지난 12일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쑤저우 거주 일본인 소셜미디어에는 “일본인이 중국인에게 공격받았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퍼졌다. 주상하이 일본영사관은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 문제가 발생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쑤저우는 지난해 6월 일본인학교 버스정류장에서 일본인 모자가 습격당해 중국인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지난 7월에도 지하철역에서 일본인 여성이 돌멩이에 맞아 다쳤다.

광둥성 선전의 일본인학교는 18일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선 지난해 9월 18일 등교 중이던 일본인 학생이 중국인 남성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상하이 3곳, 쑤저우 1곳, 항저우 1곳 등 5곳의 일본인학교는 이날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베이징 일본인학교는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11일 중국 거주 일본인들에게 중국에서 고조되는 반일감정에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안전 경고를 발표했다. 외출시에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안전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