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농민회 간사 살인사건, 무기징역 뒤집고 무죄

입력 2025-09-16 15:15

강원도 영월 농민회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던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이은혜)는 16일 A씨(60)의 살인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핵심 증거인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이 일치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3번의 감정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번은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이 없다’고 본 결과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같은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개별 특징점을 발견해 족적이 같다고 본 3번의 감정도 그 특징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문, DNA 등 다른 보강자료 없이 오로지 족적 감정만 있는 상황에서 족적 감정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제한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간접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씨(당시 39세)는 2004년 8월 9일 오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씨의 목, 배 등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년 만인 지난해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A씨는 당시 30대 중반 여성 C씨와 교제 중이었으며, C씨가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B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 샌들의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내용 등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C씨의 낙태 수술비용을 2회 낸 사실, PC,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C씨와의 성관계 영상 확보, C씨에게 전자우편으로 연애편지를 보냈던 사실을 파악해 치정에 의한 살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년 7개월여에 걸친 보완 수사 끝에 A씨를 법정에 세웠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A씨는 곧바로 풀려났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