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성산일출봉에서 지름 70~80㎝에 달하는 낙석과 나무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사고 발생 3일 전, 성산읍 일대에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예측 주의보를 제주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주도는 자체 판단에 따라 해당 내용을 도민들에게 별도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취재를 종합하면 산림청은 지난 13일 오전 11시 성산읍 지역에 산사태 예측 정보상 ‘주의보’ 단계가 생성됐음을 제주도에 통보했다.
산림청은 기상청의 강수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양함수량을 계산해 산사태 예측정보를 각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토양함수량이 80% 이상이면 ‘주의보’, 90% 이상이면 ‘예비경보’, 100% 이상이면 ‘경보’ 단계로 분류한다.
각 시도는 산림청의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별 기상 여건과 지형 특성, 향후 기상 전망을 종합 분석해 산사태 경보 발령 여부를 결정한다. 긴급재난문자 발송 여부도 지자체 판단에 따른다.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일차적으로 정보를 통보받아 경보 발령이나 문자 알림 여부를 결정해 제주도에 요청하면, 제주도가 이를 바탕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행정시 요청이 없을 경우,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필요성을 검토해 행정시와 협의한다.
산사태 예측 주의보가 발령되기 전날인 12일, 성산지역에는 하루 동안 210.3㎜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해당 지점의 9월 강수량 기준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오전 5시50분 기준 1시간 강수량은 80.1㎜, 오전 5시32분 기준 10분 강수량은 21.6㎜로 각각 9월 기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13일과 14일에도 성산읍에는 단시간 집중호우가 이어졌으며, 산림청은 14일과 15일에도 산사태 예측 ‘주의보’를 통보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산사태 위기 경보 단계를 발령하지 않았다. 긴급재난문자도 발송하지 않았다.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제주도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서귀포시에서 문자 발송 요청이 없었다”며 “일차적으로 행정시가 담당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성산일출봉에서는 전날 오후 8시43분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행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과 경찰이 현장에 공동 출동한 결과, 일출봉 상부 3m 지점에서 지름 70~80㎝ 크기의 암반 2개와 나무 3그루가 낙하한 것을 확인됐다.
낙석 지점은 등산로 서쪽 1㎞ 지점의 진지동굴 인근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구역이다.
현재 성산일출봉 관람객 입장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서귀포시는 추가 낙석 가능성과 원인 등을 조사해 나갈 방침이다.
성산일출봉은 해돋이 명소이자 제주의 대표 절경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매년 15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