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18 왜곡’ 블로거, 법정 3번 세운 20대 청년

입력 2025-09-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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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상습적으로 왜곡해 온 60대 남성이 한 청년의 끈질긴 추적 끝에 3번이나 법정에 섰다. 이 청년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소모적인 사회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7단독(판사 황방모)은 지난 11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5차례에 걸쳐 ‘북한군 특수부대가 5월18일부터 군경을 공격했고, 5월19일부터는 예비군 무기고를 털어 무장했다’, ‘5월21일부터 23일 밤까지 광주교도소를 5차례 공격했으나 무산되자 연기처럼 사라졌다’ 등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재판장은 “5·18민주화운동의 성격과 역사적 평가에 대해선 이미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이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게재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A씨의 5·18 왜곡 전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7월에는 ‘5·18 광주 폭동 전국으로 확대 제2 6·25전쟁으로 확산돼 적화통일 될 뻔…’ 등 허위 주장을 해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같은 해 11월엔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또 한 번 펼쳐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의 허위 주장을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이는 평범한 20대 청년인 이주원(24)씨다.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5·18민주화운동 왜곡·혐오 표현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하는 시민 서포터즈 ‘오월메이트’로 활동 중인 이씨는 A씨를 3차례 고발해, 모두 법정에 세웠다.

이씨는 지난 2021년 5·18 역사왜곡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5·18 왜곡과 혐오가 넘쳐나자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씨는 A씨를 포함해 올해만 6건의 5·18 왜곡 사례를 적발해 모두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그는 5·18 왜곡이 계속되는 이유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A씨의 경우 첫 번째 재판 때만 하더라도 판사에게 ‘5·18에 북한군이 투입됐다’고 설교를 하더라”며 “3번째 재판에선 검사가 징역 10개월을 구형하자 그제서야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슷한 왜곡·혐오 표현이어도 어떤 경우엔 수사기관에서 불송치 결정이 나기도 한다. 또 5·18 역사왜곡 처벌법 처벌 상한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대부분이 벌금 100만원에 그친다”면서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소모적인 사회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88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오월메이트에 참여중”이라며 “이주원씨의 왜곡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5·18 왜곡·폄훼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