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 조직원들이 탑승한 선박을 폭격해 해상에서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가 최근 미국의 선박 공격을 ‘전면적 침략’이라고 반발한 뒤 몇 시간 만에 다시 또 다른 선박을 공격한 것이어서 양국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오늘 아침 내 명령에 따라 미군은 남부사령부 담당 지역에서 분명히 확인된 매우 폭력적인 마약 밀매 카르텔 및 마약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두 번째 물리적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 테러리스트 3명을 공격으로 제거했으며 미군 피해는 없었다”며 “경고한다. 미국인을 죽일 수 있는 마약을 운반하면 우리는 당신을 추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이번 공격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확인된 이들 테러리스트가 국제 해역에서 미국인을 중독시키는 치명적 무기인 불법 마약을 미국으로 운반하던 중 발생했다”며 “이 극도로 폭력적인 마약 밀매 카르텔들은 미국 국가 안보, 외교 정책, 핵심 이익에 위협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해당 게시글에 해상에 떠 있는 선박 한 척이 폭격을 받은 뒤 화염에 휩싸이는 ‘기밀 해제’ 영상도 첨부했다.
미군의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한 공격은 지난 2일 카리브해에서 11명을 태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전투기로 공습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트럼프는 당시 해당 선박에 탑승한 이들이 베네수엘라 마약 갱단 트렌데아라과(TdA) 소속이라고 주장하며 테러리스트 11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카리브해 남부 지역에 마약 단속을 위해 최소 8척의 군함을 배치하는 등 미군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선박이 TdA 소속이라는 구체적 증거는 내놓지 않았고 베네수엘라 정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폭격 당한 선박이 마약 밀매 선박을 입증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자 “바다에 흩어진 화물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군이 자위적 조치 외에 민간 선박에 대해 치명적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공격 모두 무력 분쟁 지역 밖인 국제 해상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 법 집행 권한을 가진 해안경비대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 대해 “이것은 긴장이 아니다. 전면적 침략(aggression)”이라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쟁 중이 아니며 어떤 국가에도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군사 공격”이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대규모 전쟁”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마두로가 기자회견을 마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는 다시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해 3명을 사살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