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을 위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최대한의 국익 반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차에 대한 미국 관세가 16일부터 인하되면서 한국산 자동차가 불리한 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는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며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어와 같이 최선을 다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협상을 이어 예정이다.
여 본부장이 도착한 이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차량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인하한다고 연방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25%를 적용받고 있어 한국 차가 일본 차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일본과의 무역 합의 뒤 자동차 관세 인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날 관보를 통해 확정됐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한국차는 25% 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한·미 통상 협상이 대미 투자 방식 등 각론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여 본부장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 이어 릴레이로 미국을 방문했다. 여 본부장에 앞서 김 장관이 지난 12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났지만 3500억(약 486조원) 대미 투자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방식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어떻게 좁힐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의견을 다 분석하고 있다”며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대미 직접 투자를 늘릴 경우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여 본부장은 “구체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가 벌어진 것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서도 약간 과했다고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최대한 우리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