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을 놓고 법조계에서 1985년 유엔총회 결의로 승인된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이 재조명 되고 있다. 이는 7년 전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여부를 놓고 당시 여야가 공방을 펼친 쟁점 중 하나다.
관심이 집중된 조항은 ‘판사가 속한 법원 내에서의 사건배당은 사법행정의 내부 사안이다’라는 내용의 14조였다.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도입 여부가 논란이 된 2018년 당시 법원은 이를 근거로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외부에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특정 사건을 맡을 특정 법관을 추천하는 식의 특별재판부 도입은 사법부의 독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대법원은 지금도 무작위 사건 배당 원칙을 흔들면 사법부의 공정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0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이 조항을 놓고 격돌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세계인권선언이나 사법부 독립에 관한 유엔 기본원칙 등은 ‘사건배당만큼은 사법행정 내부의 일’이라고까지 명시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법원 스스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별사건에 대해 임의로 재판부를 구성하거나 특정법관에게 맡기면 사법권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조항이 ‘전담재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 조항 취지에 대해 “피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일반법원과 다른 절차를 갖는 특별재판소를 금지하는 것이고, 일반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를 설치해 3심 재판을 단심 재판으로 줄여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번 특별재판부처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되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까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 논란 당시 독일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박 의원 법안에 대한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97년 “개별 사건에 관하여 재판을 할 법관을 선임함으로써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부터 그러한 조작이 행해지는가에 관계없이 회피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특정 법관 지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불편부당성(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음)의 보장을 제공하지 못하는 법관을 그 직무의 행사로부터 배제시키거나 거부될 수 있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입법자, 곧 국회의 임무’라고 해석했다”며 “불편부당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부당한 재판을 할 것 같은 판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국회의 임무라고 헌법재판소가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