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도북부와 북부중산간, 제주도동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시간당 3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전날 제주 고산에는 시간당 71.9㎜의 폭우가 쏟아져 극한호우 기준에 근접했으며, 제주도 전역에서 20여건의 비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12시20분을 기해 제주도동부와 북부중산간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제주도북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청은 해당 지역에 더욱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호우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오후 12시20분 현재 제주 중산간(해발 200~600m)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주요 지점 강수량을 보면 와산에는 48.0㎜, 제주금악 41.0㎜, 유수암 31.5㎜ 등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해안 지역에서도 비가 이어지고 있다. 고산 27.4㎜, 제주김녕 26.0㎜, 대흘 24.5㎜ 등 비교적 많은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오늘 늦은 밤까지 제주도북부·동부, 북부중산간을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 3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강수량 차이가 크고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어 지역별 기상 예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해 토사 유출, 낙석, 축대 붕괴 위험이 있으며, 도로가 미끄럽거나 침수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며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 제주, 9일째 이어지는 비
제주도는 대기 불안정과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유입되는 남서풍의 영향으로 9일째 비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를 전후해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령된 이후 오늘 오전 6시10분까지 고산 114.2㎜, 낙천 112.0㎜, 유수암 82.0㎜ 등 해안과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에서는 지난 1일 이후 3일(4·5·6일)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렸다. 일강수량이 10㎜ 이하인 날도 많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며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가 급격히 그치는 ‘스콜(Squall)’ 현상이 반복되면서 실제 강수량보다 체감되는 비의 양이 더 많다고 느끼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전날 호우경보가 내려진 제주 고산에서는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동주택 1층 주차장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이틀 사이 제주도 전역에서는 20여건의 크고 작은 비 피해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 “장마지만 장마는 아냐”
이번 강우 패턴은 여름철 장마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기상청은 이를 ‘장마’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에 따르면 차고 건조한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제주도 부근에서 만나 띠를 형성하면서 제주에 비가 내린다는 점에서 강수 발생 원인은 장마의 발생 원인과 유사하다. 그러나 기상청은 초여름에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고 있어, 9월에 내리는 이번 비는 장마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장마가 시작되는 제주도의 평년 장마 시작일은 6월 19일, 종료일은 7월 20일이다. 올해는 6월 12일 시작돼 6월 26일에 종료되며, 역대 가장 빠른 종료 기록을 세웠다.
제주지방기상청 예보과 관계자는 “9월에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은 드물지만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라며 “최근 비의 발생 원인과 형태가 장마와 유사해 언론에서 ’가을 장마’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기상청의 현재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강수 형태가 달라지면서 장마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거나 ‘우기’ 등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나 기상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주도에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기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해 비가 한 번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가량 높아진 상태다.
기상청은 이번 비가 주말인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침 기온은 23~25도, 낮 기온은 27~31도로 평년(최저기온 20~21도, 최고기온 25~27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습도와 체감온도도 함께 상승할 전망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