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에 막내딸까지… “치킨 몇 마리 주문하는 일상, 4남매 양육의 기쁨”

입력 2025-09-15 15:00 수정 2025-09-16 07:23

“아들 양육 난이도는 정말 높더라고요. 체력전이에요. 벌써 치킨은 몇 마리씩 시켜야 하는 상황이에요.”

‘육아 만랩’ 임지은(39) 사모가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서문교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웃으며 털어놓은 말이다. 현재 3남 1녀를 키우고 있는 그는 다자녀 양육의 현실을 거침없이 말했다.


한국IFCJ 가정의힘 연구소장인 강현석 목사(46)와 임 사모 부부에게는 하준(13) 하람(9) 하성(7) 하연(6) 등 4남매가 있다. 특히 3남 1녀 구성에 대해 “막내가 딸이어서 위로가 된다”는 임 사모는 힘든 육아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했다고 했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비로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깨달았어요. 내가 행복할 때 나보다 더 기뻐하시고 내가 아플 때 나보다 더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더라고요.”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운명

두 사람의 만남은 2009년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다. 히브리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강 목사와 성지순례 겸 배낭여행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대학생이었던 임 사모가 예루살렘 한인교회에서 만났다.

“목사님이 유학을 마무리할 즈음 제가 여행을 갔던 건데 하나님이 예비하신 만남이었다고 생각해요.” 2011년 결혼한 이들은 이듬해 첫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첫 출산은 순탄하지 않았다. 임신 7개월 차에 심한 조산 증상으로 대학병원 산부인과 중환자실에 한두달 입원했다.

“간호사가 ‘자꾸 기도하시면 다른 산모들에게 희망 고문이 된다’며 기도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강 목사의 말이다. 그 후로는 몰래 숨어서 기도했지만 출산 직전까지도 아이가 2.5kg이 안 돼 인큐베이터를 준비해야 했다.

4대째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강 목사는 어린 시절 부모의 서원 기도에 반감을 품었었다. “제 아들만큼은 서원 기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출산 후 아이는 2.5kg을 넘겼고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이 아이는 내 자녀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요. 그래서 ‘하나님의 준비’라는 뜻으로 하준이라고 이름 지었고서원 기도를 드렸습니다.”

3번의 유산 후 얻은 소중한 깨달음

둘째를 가지기까지는 더욱 험난했다. 첫째와 둘째 사이 4년의 터울 동안 3번의 유산을 겪었다.

“임신 초기에 계속 유산이 되면서 정말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 확신하게 됐어요. 생명을 주시고 거두시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것을요.” 임 사모의 목소리에 깊은 믿음이 묻어났다.


현재 4남매 이름에는 모두 ‘하나님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님의 준비(하준), 하나님의 사람(하람), 하나님의 도성(하성), 하나님의 희년(하연). “태명도 따로 히브리어로 있어요. 각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었거든요.”

4남매 현실 육아

3남 1녀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임 사모는 강 목사가 사역과 유학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 대부분의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남편이 이스라엘 유학을 갔을 때도 거제도에서 개척교회를 할 때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힘들었지만 기본값으로 받아들였죠.”

그럼에도 임 사모는 아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 명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모든 아이를 맞춰줄 수 없어요. 엄마의 경계 안에서 아이들이 따라오게 하죠.”

강 목사는 “하나님이 4분의 1씩 사랑하라고 네 명을 주신 것 같다”며 “엄마 아빠가 자신의 에너지 100을 다 쓰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적정량만 주고 그 아이만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자녀 가정만의 특별한 장면들도 있다. 셋째 하성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한글을 몰라 고민이었는데 교회 성경통독 달란트 미션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우쳤다.

“하반기에 받아쓰기 100점을 받더니, 이제는 넷째 하연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이건 겹받침이야’ 하면서 채점까지 해주죠.”

강 목사는 “엄마 아빠가 못 해준 영역을 형제들끼리 채워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한다”고 했다.

“치킨 몇 마리씩 시켜야 하지만”

다자녀 양육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 부담이다. 하지만 강 목사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 나누는 법도 배워요. 그 가운데서 채워지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있고 하나님이 공급하신다는 믿음도 생겨나죠.”

임 사모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부유한 삶과 풍요로운 삶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다자녀 가정이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정 안에서 형제들과 얻게 되는 충만함이 아이들의 삶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 목사 가정의 신앙교육 핵심은 ‘본보기’다. 매주 수요예배 후에는 아이들이 한 명씩 아버지의 안수기도를 받는다. “아빠가 손을 얹는 감촉과 목소리, 그 분위기를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거예요. 아빠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임 사모는 잠자리에서 아이들과 하루 감사 제목을 나누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감사한 게 뭔지 잘 모르던 아이들도 이제는 하루 있었던 좋은 일들을 하나님과 연결해서 감사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임 사모는 다자녀를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제가 이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완전하지 않은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면서도 이 자녀를 맡겨주셨어요. 그 불완전한 부분을 하나님이 메꿔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강 목사는 “결혼의 유익, 다자녀의 유익이 분명히 있다”며 “그 가치를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다. 다자녀를 낳고 키울 때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은혜와 복이 훨씬 더 크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다자녀를 둠으로 생기는 상실이 있으나 더 큰 결실이 있다. 그 상실을 두려워하면 하나님이 주신 결실을 맛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