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웬 강아지가?” SNS 달군 펫티켓 논란 [개st상식]

입력 2025-09-16 09:05 수정 2025-09-16 09:05
지난 13일 오후 12시쯤 메가박스 수원스타필드점 상영관에서 목격된 말티즈. A씨 제공

지난 13일 영화 관람을 위해 메가박스 스타필드수원점을 찾은 A씨. 앞좌석에서 말티즈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맙니다. 상영관 안에서 한 관객이 강아지를 안은 채 영화를 보고 있었던 겁니다. 아무래도 해당 관객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던 A씨는 SNS에 “요즘 영화관에 강아지 데리고 와도 되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이게 주말 내내 소셜미디어를 달구며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직접 연락을 해봤습니다. 그는 “게시글에 쓴 그대로”라며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줄 알고 영화관에 문의했지만 ‘출입 불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관객들도 불편을 느껴 지인과 속삭이며 얘기했고 저처럼 강아지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본다면 분명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는 허용된 상영관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개가 예기치 않게 짖거나 배변할 수 있고, 동물 알레르기나 공포심으로 인해 일부 관객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개에게도 영화관에 갇혀 있는 게 즐거운 경험이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앞서 A씨도 게시글에서 “(견주가) 상영 끝나기 30분 전에 나가 빛 때문에 시야방해에다가 강아지는 무슨 죄냐”고 말했는데 공감되는 지적입니다.

A씨의 목격담이 퍼지자 일각에서는 해당 말티즈가 ‘장애인 보조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장애인 보조견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영화관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만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해당 관객의 행동은 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을 거부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죠. 그래서 장애인 보조견은 보조견을 나타내는 가운을 입고 보조견 표지를 소지하고 다닙니다.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인지, 보조견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나 A씨가 본 말티즈에게서는 보조견 표시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조끼나 인식표가 전혀 없는 상태로 상영 시간 내내 견주에게 안겨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문의한 결과 “말티즈 같은 소형견 역시 보조견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장애인 보조견은 보조견임을 나타내는 가운을 입고 보조견 표지를 소지하고 다닌다”며 “아무리 소형견이라도 보조견은 대부분 안지 않고 걸어다닌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황상 A씨가 목격한 말티즈는 일반 가정견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인이 규정을 어기고 반려견을 영화관에 데려올 경우에는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 운영자는 반려동물 출입을 거부할 수 있으며, 만약 관람 중 피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위생문제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견주가 책임을 져야 하죠. 반려인이 펫티켓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려견과 영화 관람을 원한다면 동반 관람이 허용된 상영관을 이용해야 합니다. 국내에는 그런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2022년 메가박스 수원 영통점은 반려견과 함께 출입 가능한 ‘퍼피시네마’를 상시 운영했지만, 지난해 1월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현재는 사전 예약을 통해 동반 관람이 가능한 ‘시네멍’ 등의 이벤트가 연 1~2회 기획되는 수준입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차량 내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경기 파주의 ‘개러지무비’, 프라이빗 룸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경남 양산의 ‘영화공장’ 등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아쉬운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정을 무시하고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허용될 수는 없습니다. 반려인들이 펫티켓을 제대로 지켜야 비반려인들과의 행복한 공존은 가능할 겁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