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경 관련 진실은폐 의혹…“영웅 만들어야 하니 함구”

입력 2025-09-15 10:58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갯벌 고립자를 구조하던 중 숨진 해양경찰관과 함께 당직 근무를 했던 동료들이 진실 은폐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사가 숨질 당시 함께 당직 근무를 한 동료 4명은 15일 오전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파출소장이 영흥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저희 팀원과 수색으로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 서장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동료는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도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양경찰청은 “그간 유족에게 CCTV, 무전녹취록, 드론 영상 등 사고 관련 현시점에서 가능한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했음을 알려드린다”며 “당시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내부 진실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으나, 인천해경서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는 입장을 전해 드린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인천해양경찰서장도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진실 규명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진상조사단 등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에 적극 협력하고 이외 법적 조치 등으로 모든 실체를 규명하고자 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재 이 경사가 숨진 사고를 두고 각종 의혹과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태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상 순찰차 탑승 인원을 2명 이상을 규정한 2인 1조 출동 원칙이 사고 당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경사가 구조 과정에서 추가 인원을 요청했는 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무전 내용 등도 공개됐다.

이 경사는 지난 12일 오전 3시30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중국 국적의 70대 A씨가 갯벌에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가 구조 작업을 펼치던 중 실종됐다. 이후 같은 날 오전 오전 9시41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꽃섬으로부터 0.8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