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연안침식 가속… KIOST, 수중방파제 효과 규명

입력 2025-09-15 10:57
부산에 위치한 KIOST 수리실험동 전경. 파도와 흐름을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수중방파제 등 연안 구조물의 성능을 검증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전북 고창 동호·구시포해수욕장은 40년 새 백사장이 사라졌다. 갯벌만 드러나고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릉 정동진해변은 겨울마다 고파랑에 모래사장이 유실되고 철로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380여억원을 들여 수중 방파제와 복원 사업을 추진한 끝에 지난해 간신히 제 모습을 되찾았지만, 강릉처럼 정비사업을 거친 곳을 빼면 해안침식은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해수욕장이 사라지고, 어항과 연안 시설이 위협받고 있다. 침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사회·경제적 위험은 커지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단순 방재시설을 넘어 경관과 친수공간을 지키면서 재해를 막을 과학적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이런 문제에 주목해 수중 방파제 설치 효과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로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됐다.

KIOST 해양공간 개발·에너지연구부 노민 박사 연구팀은 미국 델라웨어대가 개발한 비정 수압 3차원 파동역학 모형(NHWAVE)을 활용해 수중 방파제 설치 시 파랑 변형과 해안선 변화를 수치 모의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중 방파제는 잠긴 깊이가 얕고 파랑 주기가 길수록 파랑 저감 효과가 컸다. 방파제가 해안선과 가까울수록 후면 파고 상승 현상도 완화됐다. 연구진은 양단부 회전 흐름과 중앙부 제트류가 침식·퇴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연안 침식 피해를 줄일 최적 설치 조건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유사 이동 수치 모형과 결합한 지형 변화 예측, KIOST 수리 실험동에서 성능과 방재 기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연구는 연안 재해 대응 역량을 높이고 친환경적 공간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연안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중 방파제 성능 조사 등을 통해 안전한 연안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