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정보나 맞춤 여행지를 추천하는 ‘인공지능(AI) 비서’를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항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등장한 AI 챗봇은 ‘알프’ ‘대한이’ ‘하이제코’ 등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항공 상담은 전화 연결이나 현장 창구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가 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다국어 상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항공업계는 AI 챗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
가령 이스타항공은 치앙마이·알마티 등 신규 노선을 증편하면서 외국인 승객이 지난해 대비 80% 급증했는데, 관련 문의를 담당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AI 상담사 ‘알프’를 투입했다.
채널톡이 개발한 알프는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AI 상담 에이전트로, 전화 위주였던 상담 창구를 온라인으로 전환시켰다. 알프는 33개 언어 번역 기능을 지원해 해외 고객과의 장벽을 없앴으며, 한 달 만에 전체 상담의 74%를 상담원 개입 없이 스스로 해결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외국인 탑승객 증가세에 맞춰 고객에게 더욱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일찍부터 챗봇 경쟁에 뛰어든 곳이다. 2020년 도입된 AI 상담사 ‘대한이’는 항공권 예약, 마일리지 확인, 모바일 체크인 등 필수 기능을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한이는 지난해 ‘여행 준비’ ‘마이페이지’ 기능을 추가해 맞춤형 상담 범위도 확대했다. 현재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대한이는 지난해 12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처음 실시한 ‘한국기업 챗봇 경쟁력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생성형 AI를 접목시켜 복잡한 개인 맞춤 상담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챗GPT의 4o 모델을 이식한 ‘하이제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이제코는 예약·상담은 물론, 고객 스타일에 맞춘 여행 코스 추천까지 제공한다. 특히 198개국 언어를 지원해 전 세계 여행객 대응이 가능하다. 하이제코는 도입 1년 반 만에 누적 상담 건수 5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1~7월 상담 건수는 28만건 이상으로 전년 대비 202% 폭증했고, 같은 기간 고객센터의 전화 문의는 18% 줄었다. AI가 상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AI 챗봇은 기존 정형화된 질문에 제한적인 응답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질문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 상세한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진화했다”며 “앞으로 음성 인식과 감정 분석 등의 기술이 결합되면 상담 품질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