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코치진의 T1전 오답 노트

입력 2025-09-14 19:11 수정 2025-09-14 19:29
LCK 제공

한화생명e스포츠와 이재하 코치는 2주 동안 T1 사냥법만 연구했다.

한화생명은 14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20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T1을 3대 0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한화생명은 플레이오프 승자조 3라운드(승자조 결승)에 올랐다. 동시에 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도 확정했다.

국민일보는 경기 후 한화생명의 이재하 코치를 만났다. 이 코치는 “로드 투 MSI부터 정규 시즌 후반기까지 T1에 내리 지지 않았나. 오늘은 꼭 설욕하고 싶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로 보답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T1에 질 때마다 늘 ‘이길 만했는데 왜 자꾸 지는 걸까’를 고민했다. 계속 패배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플레이오프에서 T1을 만날 거를 상정하고 2주 동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과 이재하의 T1전 오답 노트

이 코치는 정규 시즌 동안 빼곡히 써놨던 T1전 오답 노트를 살짝 오픈했다. 그는 “T1을 잡기 위해선 그들의 승리 공식을 무너트리는 게 첫 번째라고 봤다”면서 “T1이 특출나게 잘 다루고 승률도 높은 챔피언이 몇 가지 있다. 그걸 견제하는 데 신경 썼다. 또 ‘케리아’ 류민석을 경계해서 바텀 주도권도 민감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상대의 선호 픽을 뺏어오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챔피언들의 이름까진 밝히지 않았지만, 이 코치는 “상대가 잘 다루는 챔피언들을 우리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뺏어와도 숙련도가 부족하면 억지로 쓰는 것밖에 안 된다. 최근 연습 과정에서 그 챔피언들의 숙련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플레이오프 기간엔 밴픽 회의를 할 때 5세트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1세트부터 5세트까지 상황에 따른 밴픽을 다 준비했다”며 “오늘은 1세트를 이기면서 설계해놨던 대로 밴픽이 잘 풀렸다. 3세트부터는 상대의 밴픽에 따라 조금씩 방향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LCK 제공

2세트 바이·직스, 경주에서 정상에 올랐던 그 조합

한화생명이 2세트에서 함께 선택한 바이와 직스는 이들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챔피언들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서머 시즌 결승전 5세트에서 두 챔피언을 꺼내 LCK 첫 우승을 이룬 바 있다.

이 코치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도 이 두 챔피언을 활용하는 전략을 준비해왔다. 바이가 궁극기로 좌표를 찍고 상대의 움직임을 억제하면 직스의 포킹 정확도와 파괴력이 높아진다. 둘은 확정적으로 상대에게 강한 대미지를 가할 수 있는 콤비다. 이날도 두 챔피언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LCK 팀 상대로 꽁꽁 감춰놨던 3세트 1레벨 라인 스와프

한화생명은 3세트에서 1레벨에 원거리 딜러인 스몰더를 탑으로, 탑라이너인 잭스를 바텀으로 보내는 라인 스와프 전략을 선보였다. 올초 라이엇 게임즈가 라인 스와프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한 뒤로 LCK에서 이 같은 탑·원딜 간 1레벨 라인 스와프 전략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코치는 “피어리스에선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라인 스와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팀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전략 노출을 막기 위해 해외 팀과의 연습에서만 이 전략을 실험해봤다. 국내 팀과의 연습에선 철저히 숨겼다. 오늘은 우리가 준비한 전략의 일부분만 오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오늘은 불리한 구도의 바텀 라인전을 피할 수 있었고, 라인 스와프 단계에서 서포터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상대 미드 카시오페아의 점멸도 소모시킬 수 있었다. 상대 정글러의 시작 위치도 강제할 수 있었다”며 “후반 밸류 조합의 약점 구간을 순탄하게 넘길 목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중국에서는 미드 모르가나를 뽑고 원거리 딜러를 빠르게 미드 라인에 세운다든지 한다. 탑·미드·바텀 모두 라인 스와프의 여지가 있다”며 “라이엇 게임즈는 프로 게임에서 초반 라인 스와프를 막으려고 패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 프로들은 전략적으로 우위에 서기 위해서 그걸 또 한 번 파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코치는 이날의 수훈 선수로 ‘피넛’ 한왕호를 꼽았다. 그는 “한왕호 선수가 정말 잘해줬다. 정규 시즌 중엔 폼이 좋지 않은 시기도 있었는데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한왕호는 게임 흐름과 메타를 정말 잘 읽는 선수다. 오늘도 딜러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휘관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