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잦아졌다면? 하루 15분 ‘이것’ 해야

입력 2025-09-14 16:42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카페 마노르블랑을 찾은 관광객들이 지난 6월 12일 수국이 만개한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기수(30)씨는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릴스를 본다. 문제는 릴스를 보는 게 습관이 되면서 집중력 현저히 떨어진 것을 느꼈다는 것. 박씨는 “도파민 중독 탓인지 계속 휴대전화를 찾게 되고 업무 중에도 집중이 잘 안 돼 오히려 잠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크 버먼 미국 시카고대학교 환경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은 박씨처럼 집중력이 떨어진 이들에게 하루 15~20분, 공원이나 숲길 등을 산책하는 것을 조언하는 학자다. 자연 속을 거니는 것이 주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버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자연과 마음: 뇌와 몸, 관계를 되살리는 자연의 과학’에서 “자연환경이 과도한 자극으로 지친 인간의 신경계를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버먼 교수의 연구팀은 자연에서의 산책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은 날씨가 쾌청한 6월에, B그룹은 날씨가 쌀쌀했던 1월에 산책을 하도록 했는데, 실험 결과 두 그룹에서는 모두 동일한 인지 기능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 버먼 교수는 “뇌가 회복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연의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버먼 교수는 지적했다. 도시의 환경은 우리의 주의력을 흐트려놓지만 자연의 자극은 ‘부드러운 매혹’(softly fascinating)을 통해 지친 뇌를 회복시킨다고. 예컨대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화려한 전광판들은 뇌의 주의력을 뺏지만, 숲속의 나뭇잎이나 폭포 등 자연 경관은 뇌를 편안하게 하면서 주의력을 회복시켜줘 결과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려준다.
국민일보DB

특히 우울증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 속 산책이 더 큰 효과를 나타냈다. 우울감과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느라 소모되었던 주의력을 자연이 회복시켜주면서, 우울한 감정에 대처할 수 있는 인지적 자원을 제공해줬다.

버먼 교수는 “자연 속에서 시각 청각 후각 등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실내에 식물을 두는 것만으로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