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20만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을 ‘무조건’ 개발해 세계가 미국·중국의 AI가 아닌 한국의 AI를 선택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배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취임 5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며 “AI를 통해 성장 잠재력 3% 회복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목표 시한은 ‘향후 5년’이다. 먼저 GPU를 2028년까지 5만장, 2030년까지는 20만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멀티모달(이미지·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 AI, 피지컬(물리적) AI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K-AI 반도체를 키우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K-엔비디아’ 육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배 장관은 “이제는 K-AI를 한국형 소버린 AI로만 정의하고 싶지 않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의 선택을 받는 AI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AI 핵심 인재 3000명, AX(인공지능 전환) 융합 인재 5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배 장관은 “내년부터 AX대학원을 개원하고 AI대학원 수를 늘릴 것”이라며 “2023년 기준 1.3년이었던 한·미 AI 기술 격차를 2030년에는 0.5년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5대 강국 목표를 위해서는 연구 생태계 복원과 과학기술·AI 융합을 강조했다. 배 장관은 “지난해 1만2000개로 줄었던 연구 과제 수를 1만5000~1만6000개로 복원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예산도 지속 확대해 기초 연구 환경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분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학기술에 AI를 접목해 한국에서도 노벨상급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정권의 R&D 예산 삭감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5년 안에 한국이 R&D를 하기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정보보호 체계의 재정비도 약속했다. “근본적인 정보보호 체계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 및 정보통신 기반 시설 미비점 개선, 단말기 자체적인 해킹 예방 애플리케이션(앱) 마련, 화이트 해커 양성, 중소기업 보안 예산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게 배 장관 설명이다.
그는 “국정원을 방문해 사이버보안 및 클라우드 관련 협력을 논의했다”며 “기업 자진 신고 이후에야 정부 조사가 가능한 현 체계 개선을 위해 국회와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