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1만원 사면 유통업자에 7000원…농산물 ‘유통비용’ 부담 심화

입력 2025-09-14 06:29
서울 한 대형마트 농산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이유는 유통 비용 때문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 가격을 뺀 ‘유통 비용’은 절반을 차지했다. 심지어 양파, 고구마 등 일부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최대 70%에 이르기도 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 비용률은 2023년 49.2%로 10년 전인 2013년(45.0%)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가 농산물 1만원 어치를 구매했다면 유통업체가 4920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유통비용은 품목마다 편차가 두드러졌다. 쌀 등 식량 작물은 35.9%로 낮은 편이었으나 대파, 양파 등 조미 채소류는 60.8%였다. 배추, 무 등 엽근채소류는 64.3%에 달했다. 심지어 월동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 70%가 웃도는 품목도 다수였다.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신선도 문제로 인해 유통 비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비용이 커진 데는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줬으나 유통 이윤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통비용에서 직접비와 간접비를 제외한 이윤은 2023년 14.6%로 10년 전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영세한 생산 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유통비용 상승으로 인해 농가 판매가격의 누적 상승률이 소비자 가격 상승률에 비해 낮다는 분석이다.

농산물 유통비용 구조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고 기존 도매시장 도매법인의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마련 중이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늘려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전환하겠다”며 “연간 거래 규모 20억원 이상이어야 판매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없애겠다”고 언급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