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장학생’은 어쩌다 암살범이 됐나…‘정치 과몰입’이 범행 동기 지목

입력 2025-09-14 05:37
지난 11일(현지시간) 찰리 커크 암살한 혐의를 받는 타일러 로빈슨의 모습.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가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 청년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의 상징 찰리 커크를 암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이 당국에 체포됐다. 공화당원 부모 밑에서 자랐고 특출난 성적으로 가족의 자랑이었던 청년은 정치에 과몰입하면서 미국 사회가 경악한 총기 암살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빈슨은 전날 오전 유타주 소도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체포됐다. 로빈슨의 삼촌은 지난 11일 유타밸리대 총격 사건 이후 공개된 수배 사진을 보고 로빈슨이라고 추정하고, 이를 로빈슨의 아버지에게 보여줬다. 이후 아버지가 그를 설득해 범행을 시인하도록 했다.

이후 로빈슨의 아버지가 한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고, 이 지인이 당국에 연락해 “로빈슨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암시했다”고 신고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는 “올바른 선택을 한 타일러 로빈슨의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빈슨은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돼 유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로빈슨은 커크가 유타밸리대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캠퍼스에 먼저 도착했다. 그는 체포될 때, 범행 당시 CCTV에 찍혔을 때와 같은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로빈슨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매우 우수한 학업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학점평균(GPA)이 만점이었고, 미국 대학입학 시험(ACT)에서 36점 만점 중 34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로빈슨 어머니의 과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그(로빈슨)의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글을 올라와 있다.

총격으로 사망한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13일(현지시간) 사건이 벌어진 유타밸리대에서 커크의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로빈슨은 유타주립대에 4년간 3만 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 로빈슨은 최근 정치 성향이 강해지면서 커크를 향한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총격 사건 직전에도 가족 모임에서 커크가 곧 유타밸리대에 온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콕스 주지사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총격 사건이 벌어진 유타밸리대에서 소총 탄피와 탄약 등이 발견됐는데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 “이걸 읽고 있다면 너는 게이. 하하”라고 적힌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치아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가 암시하는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파시스트 저항군이 부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고,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는 투표하지 않아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콕스 주지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 인물(로빈슨이) 좌파 정치 이념에 깊이 세뇌된 상태였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형을 선고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